- 국채 이어 중금채도 장단기 금리역전 확산
- 3년만기 중금채 금리를 1년보다 낮춰 판매
- 국채 이어 중금채도 장단기 금리역전 확산
- 금리하락시 손해 발생 우려해 장기조달 '신중'
- 글로벌 일본식 저금리 저성장 동조화에, 한국도 영향권 우려
[뉴스핌=이영기 한기진 김선엽 기자] 지난 7일 기업은행 서울의 한 영업점,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을 사기 위해 들렸던 모 중소기업 재무담당 K모 이사는 창구 직원으로부터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직원은 “중금채 1년 금리는 4.15%, 2년 4.08%, 3년 3.50%입니다”라고 설명했는데, K 이사는 “채권 금리는 만기가 길어질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게 일반적인데, 반대 현상이 나타나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원래 채권은 만기가 길어질수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금리도 높아진다. 그런데 최근에는 반대로 만기가 길어질수록 금리가 낮아지는 기현상이 중금채 외에 국채 등 채권 시장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가 장기불황으로 빠질 것으로 보이면서 저성장 저금리의 일본식 모델을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보통사람들은 유로지역의 채무위기 해결 여부에만 관심이 머무는 사이, 금융회사들은 이미 ‘일본식 장기불황’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 역마진 날라… 금융회사들, 원화채 장기조달 꺼려
기업은행이 공식적으로 밝힌 7일 기준 중금채 최고 수익률은 1년 4.05%, 3년 4.13%, 5년 4.18%이다. 그러나 이 수익률을 믿고 영업점을 찾아도 만기 3년 이상 채권을 사기 어렵다. 실제 수익률이 장기채권일수록 낮아지는 데다 사기도 어렵다. 기업은행이 영업점을 통해 판매하는 채권의 90%가 1년짜리다.
기업은행 한 지점 관계자는 "2년 이상은 본부의 승인이 내려오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른 지점 점 관계자는 “우대금리 적용 시 1년 4.01%, 2년 4.04%, 3년 4.06%이지만 1년마다 재계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2년 이상 장기투자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장기적으로 금리가 떨어질 것을 확신한 은행들이 단기조달에 치중한 결과다. 몇 년 뒤에 금리가 낮아졌는데 높은 채권 이자를 주게 된다면 은행들은 수익에 치명타를 입는다.
◆ “한국도 저성장 저금리로 진입하게 될 것”
이미 국채에서 금리역전 현상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8일에 국고채 3년물이 3.25%로 2년물 3.26%보다 낮았다. 최근 3년물(3.29%, 12일 기준)은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3.25%)와 비슷한 수준인데 이를 놓고 서울채권시장의 트레이더들이 ‘금리역전’에 도전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외국계 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장기금리는 원래 인플레이션과 경기에 영향을 받는데 펀더멘탈 상으로 보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없고 경기침체가 장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하락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축소됐던 신용스프레드(3년 만기 회사채와 국고채 간 금리 차이)가 최근 다시 확대되기 시작한 점도 장기 금리하락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12일 국채와 회사채 금리는 각각 3.29%와 3.89%로 전날의 3.32% 및 3.91%에 비해 각각 낮아졌지만 양 금리간의 간격은 더 벌어졌다. 회사채는 신용등급 AA-로 우량 대기업이 발행한 회사채가 기준이다.
회사채 시장 관계자는 “그간 축소일로에 있던 회사채 신용스프레드가 이제는 방향을 바꾸어 확대되는 추세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라며 “국채금리는 변동성을 높이면서도 향후 기준금리를 하향하는 방향으로 하락하는 반면, 회사채 금리는 현수준에서 추가 하락이 어려워 국채금리와 커플링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개인들은 장기투자 기회 박탈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개인고객들은 직간접적인 불이익과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영업점에서는 단기 채권만 살 수 있어 장기투자 기회를 박탈당했고 장기적인 금리하락에 맞춰 위험을 줄이지도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를 해도 실질 수익은 마이너스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반대로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장기채권을 자유롭게 살 수 있게 함으로써 개인들은 이중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는 셈이다.
메리츠종금증권 한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도 0%대 실질금리 시대에 진입할 전망”이라며 “인구고령화에 따른 금융자사 증가로 수요 우위의 금융투자 구조가 굳어져 다른 투자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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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