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내 살아 생전에 유로본드는 없다"
[뉴스핌=김사헌 기자] 지난 주말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의 결론은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한 승리처럼 보였일 수도 있지만, 아직 남아 있는 쟁점을 감안한다면 결국 마지막에 웃게 될 사람은 몬티가 아닌 메르켈이란 지적이다.
지난 1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 볼프강 문챠우는 "몬티 총리가 메르켈을 코너에 몰아넣고 단기적으로 정치에서 생존한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전개될 전투에서 보자면 이탈리아는 아무 것도 얻거나 변화시킨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유럽안정메커니즘(ESM)은 이미 이탈리아 국채를 유통시장에서 매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그 능력을 활용하지 않은 것 뿐이며, 이번 EU 정상들의 합의로 변화된 것은 미미할 따름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무엇보다 이탈리아는 여전히 트로이카, 즉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그리고 유럽집행위원회(EC) 등과 양해각서에 서명해야 하는 절차를 앞두고 있다. 결국 이번 합의로 변화된 것은 그 각서의 요구 내용이 좀 덜 공격적이고, 말하자면 체면을 살려줄 정도로만 되는 정도에 그칠 뿐 여전히 어떤 식으로든 절차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또 ESM의 국채 매입에서 중요한 것은 그 규칙이나 절차 보다는 '규모'인데, 5000억 유로 규모가 전혀 증액되지 않았다는 점, ESM의 방화 능력이 이미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잘 인식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목했다.
스페인에 대한 전면 구제금융 가능성이 아직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유럽 은행권에 대한 자본 투입, 그리스와 아일랜드 그리고 포르투갈에 대한 차환 지원에다 키프로스에 나아가 슬로베니아까지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이탈리아 국채 매입 프로그램까지 돌릴 여력이 있겠는가 하는 얘기다.
문차우 칼럼니스트는 ESM 뿐 아니라 ECB의 프로그램도 규모 뿐 아니라 제한 규정 때문에 위기에 대응할 능력이 제한적이라면서, ECB가 투입한 2000억 유로는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고 있고 ESM의 채권 매입 예산은 ECB보다도 작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몬티가 ESM에 금융라이선스를 요구했더라면 대출한도를 보다 현실적인 수준으로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규모의 한계를 풀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결국 독일의 부담을 늘어나지 않도록 막아낸 메르켈이 이번 회담의 승리자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좀 더 안전해졌는데 왜 이런 결과가 가능해졌느냐고 묻는다면, 앞으로 이들 나라가 당면한 세 가지 장애물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먼저 은행권에 대한 자본투입은 통합 금융감독기구 설립에 대한 정치적 합의를 전제 조건으로 하고 있는데, 이런 합의가 쉽게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점에서 메르켈 측의 '복수'의 여지가 남아 있다. 통합 금융감독기구 설립은 하루 아침에 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은행에 대한 직접 증자가 가능하려면 ESM 조약의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결론이 난 쟁점이 아니다. 여전히 ESM 조약은 문제 은행에 대한 지원은 해당 회원국의 국가 부채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지원 프로그램도 채권매입의 경우 ESM의 조달 한도가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스페인의 경우 약 1000억 유로 이상의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ESM은 과부하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지난 주말 가장 중요한 사건은 EU 정상들의 합의가 아니라, 메르켈 총리가 "유로존 통합국채(Eurozone Bond) 발행은 내 생전에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데 있다고 문차우는 주장했다.
사실 메르켈 총리는 유럽의 정치적 통합에는 관심이 없으며 예전 분데스방크가 "화폐동맹이 가능하지만 정치적 통합이 완료된 이후"라는 식으로 모순된 입장의 전략을 이용한 것을 따라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문차우는 "만약 메르켈이 한 말이 맞고 그의 생전에 이른바 '유로본드'가 없다면 유로존은 생존할 수가 없을 것이며, 또 '유로본드'나 혹은 ECB의 정책 변경이 없다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부채나 유로존 회원국 자격 유지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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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