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갔던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시장이 안정을 찾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한층 강화된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냉각된 투자심리를 일정 부분 완화시켰다.
독일 국채는 23억2000만유로 규모의 30년물 국채를 사상 최저 금리에 발행한 가운데 내림세를 기록했고, 미국 국채 역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진정되면서 약세 흐름을 나타냈다.
25일(현지시간) 스페인 2년물 국채 수익률은 47bp 급락한 6.42%를 나타냈고, 10년물 수익률 역시 25bp 떨어진 7.38%에 거래됐다.
이탈리아 2년물은 11bp 내린 4.94%를 기록한 반면 30년물이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7%를 넘어선 뒤 상승폭을 11bp로 축소하며 6.8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수익률 상승을 꺾어 놓은 것은 유럽재정안정매커니즘(ESM)에 은행 면허를 부여해야 한다는 에발트 노보트니 ECB 정책위원 겸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이다.
그는 ECB 내부에서 이 같은 방안이 언급되고 있으며, 이보다 광범위한 위기 대응책이 논의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SM에 은행 면허를 부여할 경우 ECB로부터 직접적인 대출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유로존 부실은행에 직접적인 자금 지원으로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된다.
소시에떼 제네랄의 빈센트 샤이누 글로벌 금리 전략 헤드는 “ESM에 은행 면허를 부여하는 방안은 게임 체인저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ECB와 독일이 이 방안에 반기를 들었지만 이제 가능성이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정치권에서 이를 지지할 것인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주변국 국채 금리 상승에 제동이 걸렸지만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이다. 단스케 방크의 오웬 캘런 애널리스트는 “스페인은 민간 금융시장에서 퇴출될 위기”라며 “국채 수익률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한계 수위를 넘은 상태이며, 구제금융을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독일 국채는 하락했다. 10년물 수익률이 2bp 오른 1.26%를 나타냈고, 2년물은 마이너스 0.061%로 보합을 기록했다.
무디스의 등급전망 하향에 따른 여파가 지속된 데다 씽크탱크 이포연구소에서 기업 경기실사지수가 6월 105.2에서 이달 103.3으로 하락하면서 안전자산이라는 신뢰가 희석됐다.
미국 국채도 유로존 부채위기에 대한 공포가 진정되면서 내림세를 나타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bp 오른 1.40%에 거래됐고, 30년물 수익률이 2.46%로 보합을 나타냈다. 5년물과 7년물 수익률은 각각 1bp 상승했다.
GMP 증권의 아드리언 밀러 채권 전략가는 “EU 정책자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일보 전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미 국채 매수 심리를 눌렀다”며 “하지만 사상 최저 수익률에도 국채 매입 수요는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미 재무부는 350억달러 규모의 5년물 국채를 0.584%의 사상 최저 금리에 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