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중국 지방정부가 애플을 눌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중국 지방정부 경기부양 소식이 애플의 실적 악재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하게 만들었다.
지난 25일 미국 증시는 애플 실적 악재 소식에 흔들렸으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하락한 반면 블루칩 지수인 다우지수는 반등했다.
이어진 26일 한국 증시는 중국 경기부양 기대감에 상승했다.
코스피는 13.16포인트, 0.74% 오른 1782.47로 닛케이225 주가지수는 77.2엔, 0.92% 오른 8443.10으로 각각 거래를 마감했다. 다만 장 마감을 앞둔 중국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10.6포인트, 0.5% 내린 2125.4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홍콩 항셍지수는 1만 8886포인트로 강보합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이 미국과 마찰을 무릅쓰고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섰다는 관측이나 지방정부가 지난해 지역 생산의 1.5배 규모에 달하는 대규모 경기부양에 나섰다는 소식이 호재가 됐다.
◆ 中 창사 189조 경기부양책, 글로벌 완화 선도?
이날 중국 관영신문은 남동부 후난성의 중심 도시인 창사(長沙) 지방정부가 지역 경제의 부양을 위해 8290억 위안(189조원) 규모의 투자 부양 정책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이번 부양 프로그램은 공항과 지하철, 도시 기반시설 등 195개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에너지 효율화 산업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사는 기계공업과 비철금속 산업으로 널리 알려진 지역으로 최근 금융 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콩 노무라증권의 장 지웨이 이코노미스트는 창사가 내놓은 부양책 규모는 지난해 지역 GDP의 147%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번 창사의 경기부양 소식은 중국 중앙정부의 망설임을 지역에서 해소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에서는 "중앙정부가 정책이 있으면, 지방정부는 대책이 있다"는 얘기가 있다. 중앙 정부의 정책이 어떻든지 지방정부는 자체적인 구실을 만들어서 어떻게든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정책을 펴갈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번에는 금리인하나 대규모 재정지출을 망설이는 중앙정부 정책 한계를 지방이 뚫고 나간 셈이다.
중국 지방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 제시는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에 형성된 주요국 중앙은행, 정부 부양책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이번 주초 월가는 다음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추가 양적완화나 경기부양 수단 도입을 결의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매입이나 은행 초과지준부리율 인하 그리고 제로금리 지속 기간 연장이나 재할인창구를 통해 목표한 지점으로 직접 유동성 공급 대책 등이 거론됐다.
수요일 나온 미국 신규주택판매 지표가 워낙 좋지 않게 나온 것은 MBS 매입 등 양적완화정책 기대감에 기름을 부은 역할을 했다.
이미 유럽중앙은행(ECB)도 추가 금리인하나 양적완화 정책을 구사해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지역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형성된 상태이며, 일본 정부가 엔화 강세에 대응하고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중앙은행과 함께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도 강한 상황이다.
◆ IMF "중국 가속페달 밟지 않고 있어"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경기가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란 전망을 제출하면서, 또한 여전히 대외적 대내적 요인에 따라 경기하방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IMF의 중국 경제팀장은 기자들에게 "중국 정부는 경기 브레이크(과열 억제 정책)에서는 발을 내려놓았지만, 아직 가속페달(적극적 경기 부양)을 밟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게다가 IMF의 중국 상주대표는 블룸버그통신과 대담에서 "중국 정부가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해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금리인하나 재정지출 확대에 나서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 IMF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2분기에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고 보고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는데, IMF는 이 같은 태도를 좀 더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IMF도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을 8%, 내년에 8.5%로 높게 전망하는 등 너무 낙관적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무디스의 톰번 아시아 국가신용등급 담당 부사장은 26일 싱가로프의 한 컨퍼런스에서 "IMF가 중국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금리인하와 함께 조기 투자집행 승인 등을 통해 경기부양 노력을 했지만, 추가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7월말까지 진행되는 연중 경제회의에서 새로운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있지만, 실체가 잡히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 당국자나 관영 씽크탱크 관계자들은 최근 부양정책들이 경기 회복 견인력을 보일 것이라거나 하반기에 빠르게 회복할 것이란 선언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을 뿐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에게 필요한 것은 상징적인 금리인하가 아니라 지준율 인하와 같은 직접 유동성 공급 정책과, 무엇보다 재정지출을 통한 부양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재정지출의 규모는 2008년 위기 이후 실시한 4조 위안 규모의 막대한 수준은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파이오니어인베스트먼트의 신흥시장 담당 헤드인 모로 라토는 전날 대담을 통해 "중국 중앙은행의 최근 금리인하 등은 완화사이클의 절반도 진행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추가적인 완화정책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국내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미국과 유럽의 대외 불안요인이 강한 이상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는 중국 정책당국자들이 보통 금융시장에 비해 경기를 낙관하거나 정책효과는 과신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라고 조언했다.
피델리티의 유력 펀드매니저 앤소니 볼튼도 전날 자체 컨퍼런스에서 "중국은 인플레 우려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완화정책이나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 中, 위안화 평가절하 움직임도 '주목'
한편, IMF의 최신 보고서가 중국 위안화에 대해 균형에 거의 접근했다고 평가하면서, 올해 미국 달러화 대비로 1.4% 가량 평가절하된 위안화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25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면서 불안해진 런민은행이 2년 만에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트레이더들과 애널리스트들이 최근 며칠 동안 지속된 위안화 약세에 대해 매출 둔화와 올해 말 지도부 교체 뒤 수반될 지 모를 대량해고 가능성으로 애를 먹고 있는 수출 기업들을 돕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크레디크 아그리콜 선임이코노미스트 다리우츠 코왈치크는 위안화 가치 하락의 심리적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면서 “중국이 성장률 둔화 리스크를 줄이는 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현재 관련 코멘트를 거부한 상태인데, 이 같은 위안화 가치 하락은 올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여전한 정치적 이슈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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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