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다 달러화 강세까지 이중충격
[뉴스핌=김사헌 기자] 세계 주요곡물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이미 신흥국에서는 파급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두부생산 업체들은 대두 가격 급등에 따라 수입대두 관세 철폐를 요구하며 생산중단에 돌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입 대두에 매기는 관세 5%를 8월말까지 면제하기로 했지만, 이 같은 일시적인 방편으로는 전체 생산비의 70%를 차지하는 원자재 비용 상승 부담을 견딜 수 없었다.
멕시코는 옥수수 음식인 토르티야 가격이 상승하고있고 이란은 닭고기 가격 상승에 대해 좀처럼 없던 시위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국제 곡물가격 급등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의 시작에 불과하다. 옥수수, 소맥 그리고 대두 등 주요 곡물 원자재 선물가격이 치근 30%~50% 급등한 것은 지난 2007~2008년 사이 발생한 식량 위기와 폭동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출처: Financial Times, 뉴스핌 |
세계은행(World Bank)의 마크 새들러 농업위험관리국장은 "전 세계적으로 개도국들이 어떤 영향이 있을까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아직 급박한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부 나라는 추수철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면서 일부러 곡물구매를 연기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나중에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실제로 농산물 선물 거래전문가들은 지난주 한국과 모로코, 요르단과 이라크 등이 시장에 와서 매수주문을 내기 시작했다고 딜러들은 전했다. 이들 나라는 통상 2개월 정도 앞을 보고 필요한 양을 구해야 한다.
수입의존도가 낮거나 자체 대체작물이 많은 나라들은 충격이 작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집트의 경우 올해 사상 최대 국내 작황 때문에 소맥 수입량이 지난해보다 20%나 줄었다. 내년 1월까지 재고가 충분히 적절한 시기가 올 때까지 시장의 변화를 관망할 여유도 있다. 모로코는 올해 소맥작황이 최근 5년래 최악이었고 인도는 약한 몬순의 특징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또다른 우려 요인이다. 과거 식량 위기 때는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기 때문에 수입 부담이 줄었지만 지금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런 점에서는 지난해 중동의 봄 혁명으로 외환보유액이 빠져나가 환율이 크게 상승한 이집트는 불리한 상황이다. 이집트는 환율 문제 뿐 아니라 당작 대외수지 적자가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물론, 이번 곡물가격 급등의 최대 피해자는 소득의 대부분을 먹는 것에 써야 하는 최빈국과 빈곤층이다. 이들 스스로 식량을 구입할 능력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구호단체나 기관의 구호용 곡물 구매 능력도 줄어들게 된다.
앞서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곡물가 상승세가 빈곤층에게 시련이 되고 있다면서, 악영향이 몇 년에 걸쳐 나타날 수 있음에 따라 정책조언은 물론 농업관련 투자확대 지원 등 세계은행이 각국 정부의 대응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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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