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머빈 킹 영란은행(BOE) 총재가 유로존 부채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로 상황의 심각성을 표시했지만 헤지펀드를 포함한 글로벌 자금은 상반된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유럽 은행주에 대한 하락 베팅을 앞다퉈 철회하는가 하면 유로존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독일 국채를 팔아치우고 있다.
13일(현지시간) JP모간에 따르면 은행주를 중심으로 유럽 주식에 대한 매크로 헤지펀드의 숏커버링이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유로존의 경기 침체가 깊어지는 한편 기업 이익 악화가 뚜렷하게 가시화되고 있지만 헤지펀드는 과감한 베팅에 나서는 모습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대규모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위험자산 ‘사자’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온’ 심리가 번지면서 유로 스톡스 50은 최근 3주 사이 12% 이상 상승했다. 이는 MSCI 세계 지수보다 두 배 높은 상승률이다.
노스 애셋 매니지먼트의 조지 파파마르카키스 펀드매니저는 “헤지펀드 투자가들이 숏베팅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상황이지만 정책적인 변수 때문에 하락 베팅에 조심스러운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JP모간의 니콜라오스 파니지초글로 글로벌 자산배분 헤드는 “매크로 헤지펀드가 6월 정책관련 이벤트를 이용한 차익 기회를 놓쳤다”며 “ECB의 경기부양에 커다란 무게를 두는 한편 이번 기회는 놓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투자가들 사이에 독일 국채에 대해 경계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스페인에 이어 이탈리아마저 구제금융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독일이 이에 대한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그니스 애셋 매니지먼트의 스튜어트 톰슨 펀드매니저는 “스페인 국채 수익률이 치솟았을 때 독일 국채를 매도했다”며 “스페인은 외부 자금 지원 없이 부채위기를 넘기 어렵고, 구제금융은 곧 독일의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ECB의 국채 매입에 우호적이 입장을 내비친 이후 더 크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시장조사 업체인 그레이엄 피셔 앤 코는 4조달러 규모의 자금을 움직이는 펀드가 독일의 구제금융 부담에 따른 국채 투자 리스크에 경각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메릴린치 웰스 매니지먼트의 요하네스 유스테 전략가는 “독일이 구제금융 지원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성이 상당히 높은 사안”이라고 전했다.
앞서 핌코와 피델리티 등 상당수의 자산운용업체와 BNP 파리바를 포함한 주요 은행이 독일 국채 ‘팔자’에 나서는 등 투자 리스크가 이미 시장에 반영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