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민정 기자] 지난 2일 공개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방향(이하 통방) 문구가 변했다. 그러나 한은은 표현만 바뀐 것일 뿐 특별한 시그널을 주기 위한 조치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2일 발간한 '통화신용보고서'에서 "중기적 시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의 중심선에서 안정되도록 하는 가운데 우리 경제가 잠재수준의 성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통화신용정책을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상 가장 최근 통방문구와 똑같이 쓰여지는 구절이 2주 만에 바뀐 것이다. 통화신용정책 방향 문구 역시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결정되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그들의 스탠스를 내포하고 있고, 말 그대로 향후 통화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를 시사한다.
더구나 한은이 지난 7월 기준금리 인하를 전격 단행한 후 9월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동결해 10월 인하 기대가 커진 상황이라 이에 대한 해석은 중요한 '시그널'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8월 통방문구 | 9월 통방문구 | 10월 통화신용정책 방향 문구 |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해외 위험요인 및 이에 따른 국내외 금융·경제상황 변화를 면밀하게 점검하는 한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낮추도록 계속 노력하면서 견실한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기적 시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내에서 안정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해외 위험요인 및 이에 따른 국내외 금융·경제상황 변화를 면밀하게 점검하는 한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낮추도록 계속 노력하면서 성장잠재력이 훼손되지 않는 가운데 중기적 시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내에서 안정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 한국은행은 앞으로도 중기적 시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의 중심선에서 안정되도록 하는 가운데 우리 경제가 잠재수준의 성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통화신용정책을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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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금통위 직후 발표된 '통화정책방향'은 "성장잠재력이 훼손되지 않는 가운데 중기적 시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내에서 안정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돼 있다. 8월 문구는 "견실한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기적 시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내에서 안정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었다.
즉, 성장에 대한 문구는 8월 금통위부터 이날 발표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까지 '견실한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성장잠재력이 훼손되지 않는 가운데'→'잠재수준의 성장을 회복할 수 있도록'으로 변해왔다. 물가에 대한 문구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내에서 안정되도록'→'물가안정목표의 중심선에서 안정되도록'으로 바뀌었다.
우선 8월과 9월 사이에는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면서 더 이상 '견실한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누누이 강조해 온 GDP갭(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의 차이)이 마이너스인 상태를 되돌리기 위한 정책에 대한 의지로 '성장잠재력'이라는 말을 넣었을 가능성이 높다.
'성장잠재력 훼손'과 관련해 한 금통위원은 지난 2일 공개된 '9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새로운 기술 내지 극적인 성장동력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상당기간 저성장 패러다임의 지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성급하게 높은 수준의 성장을 추구할 경우에는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내 거시정책 방향이 단기적 성장촉진으로 기우는 것은 대가가 매우 클 수 있으므로, 성급한 경기부양을 지양하고 대외여건을 수용하면서 한정된 자원을 핵심역량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긴요하다"며 "중앙은행의 입장에서는 정책여력을 확보하는 한편, 총액한도대출 등의 미시적 정책수단을 적극 활용해 특정 취약부문의 개선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경기방어를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급한 기준금리 인하의 부작용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이다.
'성장잠재력이 훼손되지 않는 것'과 '잠재수준의 성장을 회복할 수 있도록'이라는 말에도 차이는 있어 보인다.
대우증권 윤여삼 애널리스트는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문구에 9월에 이어 다소 변화가 나타난 것을 주목해야 한다"며 "이미 한국의 경제는 잠재성장에 미치지 못하는 국면을 확실하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추가 완화에 대한 실시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통방문구가 변했음에도 한은 측에서는 큰 변화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표현만' 변했다는 것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의결문안이나 기조가 바뀌었다기 보다는 표현을 바꿨다고 해야 한다"며 "GDP갭이 마이너스인데 이 레벨을 끌어 올리자는 의도는 있는 것인데 9월 통방문구에서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1~9월중 통화정책 운영한 것의 히스토리를 담으면서 중기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가져갈 것이라는 것을 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의 다른 관계자도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는 반기별로 나오기 때문에 감안해서 문구를 수정한 것"이라며 "표현만 바꾼 것 같고, 기본적인 생각은 똑같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통방문구의 미묘한 변화에 대한 외부의 의심(?)과 "아니다"라는 한은의 부인에 대한 판결은 오는 11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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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김민정 기자 (thesaja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