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인분양 관련 '기싸움' 팽팽
[뉴스핌=이강혁 기자] 금호산업의 '리첸시아 중동' PF사업장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는 KDB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최근 금호산업 90여개 채권금융기관을 상대로 한층 격화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자신들의 주장을 채권기관에게 호소하면서 한치의 양보없는 평행선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 부의안건 결의에서 조건부 동의서에 이해관계에 따라 각 채권기관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한 총력전 양상이 펼치고 있는 셈이다.
14일 금융권과 채권단 내부에 따르면 산은은 리첸시아의 할인분양에 따른 금호산업의 손실부담 전가와 관련, 조건부 동의서를 협의회 안건으로 제출해 놓고 우리은행을 압박 중이다.
우리은행은 '동의할 수 없다'는 거부의사를 굽히지 않으면서 채권기관들의 이해를 얻어내려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지난 8월 금융당국의 중재 이후 합의점을 찾은 듯 보였던 갈등국면은 오히려 더 격화됐다는 게 채권단 내부의 시선이다.
산은은 이와 관련, 최근 채권기관들에게 우리은행이 기존 주장의 부당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의 강력한 입장을 표명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채권단을 설득해 동의를 얻어 우리은행을 압박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산은은 주채권단과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막대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PF대주단인 우리은행이 예외적으로 손실을 부담할 수 없다는 것은 워크아웃의 기본 취지에도 맞지 않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도 이같은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채권기관들에게 이메일을 발송하며 맞불을 놨다. 산은이 닥치지도 않은 향후 사태를 예상하고 무리한 동의를 받으려고 한다는 반박성 내용이었다.
산은이 사업진행을 막고 있는 것이 금호산업 경영정상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채권기관들을 상대로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서로 간 분쟁 양상이 한층 더 격화된 모습"이라면서 "산은에서는 우리은행이 할인분양에 따른 손실을 금호산업이 부담하지 않는다는 등의 조건부 동의서에 공식화된 행동에 나서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우리은행은 거부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이 채권단에 공문으로 통보를 하고 금호산업과 변경약정을 체결하는 등 조건을 공식화하거나,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 조정을 통해서 해결에 응하라는 사실상 최후통첩의 성격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산은 관계자는 "기존 주채권이 워크아웃 플랜에 따라서 2조6000억원이나 출자전환하는 등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 금호산업 정상화에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자행의 이익챙기기 급급한 것은 전형적인 이기주의적 행태"라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반면, 우리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 입장에서 금호산업 부천중동 건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금융당국에서 가만히 있겠느냐"면서 "그만큼 산은의 주장은 대응할 가치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채권기관에게 동의하지 말라고 연판장이나 돌리고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향후 추가 할인분양이 이뤄질 경우를 대비해 산은은 갈등의 불씨를 없애겠다는 의지가 높고, 우리은행은 일단 협의대로 진행한 뒤 문제가 있으면 추가로 협의하면 되는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편, 금호산업이 건설중인 부천 중동 리첸시아에서 비롯된 이번 갈등은 대규모 PF사업(도급액 3930억원)이 대량 미분양 사태를 맞으면서 본격화된 것이다. 단적으로, 평당 1960만원이던 분양가가 1485만원까지 떨어졌고 분양수입금이 줄게 돼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장 PF자금을 대준 우리은행과 농협(이하 PF대주단)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런 맥락에서 이들은 중동 리첸시아를 분양하는 대로 이를 회수하겠다고 나섰던 것. PF대주단은 2009년말 PF사업장에 총 1650억원, 지난해 4월 700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PF자금을 지원하면서 PF대주단은 '준공 후엔 공사비 지급보다 PF 대출금을 먼저 회수할 수 있다'는 별도약정을 금호산업과 체결한 것이 자금회수에 나선 근거다. 우리은행은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은 결과적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채권은행이자 금호산업의 주채권단인 산은의 반발로 이어졌다. 산은은 우리은행이 금호산업에 공사비를 주지 않고 대출원금을 먼저 회수할 경우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조치를 들어가겠다는 엄포를 놓고 다른 채권단을 설득작업을 벌였다.
이런 갈등은 8월 말 금융당국이 중재에 나서면서 산은과 우리은행의 극적인 합의점 도출로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듯했다.
PF대주단은 금호산업에 빌려준 700억원 규모의 PF 대출금은 회수하고 간접 공사비(약 150억원)는 대주단과 금호산업이 각각 절반의 비율로 나눠 회수하기로 한 것. 2009년의 PF대출금 1650억원은 가장 마지막 순위로 대주단이 가져가기로 했다.
하지만 원만하게 해결된 것 같았던 갈등은 최근 기옥 금호산업 총괄사장이 퇴진하면서 다시 수면위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산은의 문제제기는 끊나지 않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이 채권기관에 배포한 합의서에서 분양수입금이라는 문구앞에 '23.6% 할인'이라는 표현을 문제삼으면서 조건부 동의서에 응하라고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예컨대, 산은이 공사비 1442억원을 692억원으로 상당부분 양보하면서까지 잠정합의에 이르게 됐지만 우리은행이 향후 할인분양율이 현행 23.6%를 초과해 분양수입금이 감소하면 그 감소분을 공사비에서 차감해 지급하겠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기존 주장과 다를바 없다는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