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단 내 의견수렴 전력해야"
[뉴스핌=이강혁 기자] "9부능선까지는 아직 멀었죠. 부천중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갈등도 완전한 해결이라고는 볼 수 없겠고요. 금호산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현안문제 해결을 추진하는 우리은행이 더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19일 금호산업의 한 채권금융기관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이제부터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상화를 어떻게 추진할지 등에 대해 채권단 내 의견을 수렴하고 동의를 구하는 작업에 전력해 주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그동안 채권단 내 가장 큰 갈등 현안이었던 금호산업 부천중동(리첸시아 중동) PF문제가 일단은 봉합되는 분위기를 보인데 따른 지적이다.
생존기반 확보가 절실한 금호산업의 정상화 작업에 발목을 잡고 있던 PF갈등의 고리가 풀리고 있다는 건 금호산업뿐만 아니라 90여개 채권기관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금호산업 채권기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금호산업 채권단)과 우리은행(PF 대주단·주채권은행) 간의 부천중동 PF갈등은 금융감독원의 중재가 이루어지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리첸시아 중동 미분양 아파트의 추가할인 분양으로 발생할 손실은 우리은행 등 PF대주단이 지기로 한 것이다. 이에 PF대주단은 그간 미뤄오던 관련 공사대금 692억원을 금호산업에 우선 지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주 금융감독원이 산은과 우리은행, 농협(PF대주단)을 불러모아 중재에 나섰기 때문이다. 핵심 쟁점이던 공시비 분배 문제에 대해 '추가 할인해 분양하더라도 기존의 분배원칙을 그대로 준수해 금호산업에 공사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금감원의 중재안을 양측이 받아들인 것이다.
사실 산은과 우리은행, 양 기관의 갈등 여파로 금호산업 정상화는 그동안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왔다. '다 같이 망하자는 것이냐'는 채권단 내 불만 목소리도 높았다.
그간 우리은행과 농협 등 PF대주단은 금호산업에 지급할 공사비(692억원)에서 추가할인 손실액을 차감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었다. 반면 산은은 우리은행이 추가할인 분양 손실을 금호산업에 떠넘기려 한다며 대주단이 PF사업 손실을 회사측에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것은 워크아웃에 위배된다고 맞서왔다.
예상분양수입금 감소액이 692억원에 달할 경우, 금호산업은 공사비를 한푼도 못받는 반면에 PF대주단은 1838억원을 회수하게 된다는 게 산은 등 채권단 일각의 강력한 주장이었다.
이와 관련, 채권단 관계자는 "건설사 워크아웃이라는 것이 제조업과는 다르게 다수 당사자의 참여를 통해서 진행되는 동시 다발적인 경영정상화 작업인 탓에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면서 "특히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PF사업장 문제는 늘 건설사 워크아웃에서 갈등을 촉발해 왔던 부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무튼, 이번 합의는 나머지 90여개의 채권기관의 동의가 필요한 절차다. 완전한 해결이라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시선은 그래서 나온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합의안에 우리은행 등 PF대주단에서 동의를 받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기존 합의안에 50여개 채권기관이 반대의사를 표명했던 만큼 이번 추가된 합의안도 검토가 필요한 부분 아니겠냐"고 전했다.
이번 합의가 그대로 진행되면 공사비 지급 등에 따라 그동안 차질을 빚어 왔던 금호산업 정상화에는 일단 숨통이 트이게 된다. 손실 확대로 재무구조 악화(자본잠식률 87.2%)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700억원에 가까운 자본이 확충되면 그만큼 재무개선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양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일부 공사비 회수만 가지고는 큰 틀의 손실을 메울 길은 멀기만 하다. 부천중동 사업과 관련한 손실은 올해만 160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산업의 재무구조, 유동성 상태 등이 어떤지 살펴보고, 이에 따른 감자문제 등 현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기존 금호산업 주채권의 손실감수를 감안해서 정상화 추진 계획 등에 대해 채권단에게 충분한 자료 공개와 의견 수렴을 하면서 현안 해결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봄부터 얘기가 나왔던 감자문제 등은 금호산업에서 요청이 오면 빠르게 검토해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그동안 불필요한 갈등으로 회사만 망가진 것 아니냐는 측면이 있는데, 이번 합의안이 진행되면 정상화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