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트폴리오 다양화·자산건전성 강화해야
[뉴스핌=최주은 기자]“운용자산이익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주원인은 저금리이지만, 지속되면 더 큰 문제다.”
보험회사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최근 보험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금리가 1%p 하락하면, 자산이익률이 1% 감소한다고 밝혔다. 여기다 저금리가 지속되면 보험사가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보험연구원 조재린 연구위원은 지난 5일 금융위원회의 ‘저금리 시대, 보험산업 영향과 과제’를 주제로 한 워크숍에서 “저금리가 지속되면 이차 역마진이 확대돼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차 역마진이란 자산운용에 붙는 이율이 낮아 보험료 수입보다 보험금 지급이 더 많아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조 연구위원은 "현행 금리 수준이 유지된다면 저금리가 보험회사에 미칠 영향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나 위기상황에서는 수익성이 크게 훼손됨에 따라 보험사의 전사적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 “생보사, 포트폴리오 다변화해야”
금리인하는 손해보험사보다 생명보험사에 더 타격이다. 자산운용 규모에서 큰 폭의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기준 보험사의 총 자산규모는 620조원이며, 이 가운데 생명보험 497조원, 손해보험 132조원으로 운용자산 규모 차이는 3.5배 이상이다.
또 생보사의 확정이율 상품 규모가 손보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아 저금리에 취약하다는 평가다. 손보사는 확정금리형 12.5%, 변동금리형 87.5%의 분포를 나타낸 반면, 생보사는 각각 53.6%, 46.4%를 나타냈다.
여기다 생보사는 총 자산 가운데 6% 이상 확정이율을 보증하는 규모가 전체의 35%를 차지했다. 이는 생보사의 준비금 부담이 손보사보다 높음을 의미한다.
생보사의 보험영업익은 3조4000억원인데 투자영업에 따른 역마진은 1조1000억원으로 투자영업부문의 역마진을 보험영업부문의 이익으로 보전하는 상황이다. 저금리가 지속되면 보험사의 수익성이 크게 나빠질 수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 “손보사, 건전성 강화해야”
운용자산이익률 하락 탓에 보험사의 역마진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역마진 가능성이 커지자 손보사의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위험기준 자기자본비율(RBC)이 낮은 보험사들을 상대로 증자를 권고했다. 특히 중소형 손보사의 RBC비율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해 추가자본 투입을 통해 RBC비율을 200% 이상으로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RBC비율 200% 기준을 맞추지 못한 보험사는 대부분 손해보험사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롯데손보(148.5%), 흥국화재(167.1%), 한화손보(167.9%), 하이카다이렉트(177.9%), 악사손보(190.4%)를 나타냈다.
생보사 가운데 6월 말 162.3%까지 낮아진 하나HSBC생명은 증자로 이 비율을 9월 말 243.8%로 높였다. 현대라이프생명도 최근 증자를 단행했으며, 9월 말 171.5%였던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지난 6일 증자를 결정했다.
금감원은 12월 말 RBC비율을 점검해 수치가 더 낮아지면 경영진단에 착수해 건전성 강화를 위해 압박할 방침이다.
◆ 해외투자 규제완화 등 금융당국 긴밀한 협조 필요
최근의 저금리 지속 상황이 보험사에게는 절벽으로 비유될 만큼 큰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데 업계와 당국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보험 전문가들은 이런 위기상황을 대비하고 수익성을 제고한 투자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대체 투자를 확대하고 다양한 채권 구성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금리연동형 상품 확대로 저금리에 대비하고 유배당 상품, 보장성상품 비중을 확대하는 등의 상품 다변화도 요구된다.
또 이런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보험사에 대한 해외투자규제를 완화하고, 다양한 자본 조달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자본건전성 강화를 위한 금융당국의 RBC규제는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유효하다 .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