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강필성 기자] 재계 맏형으로 불리는 전국경제인연합의 차기 수장 선임을 한 달 앞두고 허창수 전경련 회장(현 GS그룹 회장)의 거취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가 연임을 할 것인지, 차기 회장직을 물려줄 것인지 여부에 따라 전경련의 전략과 방침에 변화가 예상되는 이유에서다.
11일 전경련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월 전경련 회장직의 임기만료가 다가오면서 허 회장의 연임 여부가 재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까지 분위기는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사자인 허 회장 역시 연임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대한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이제 (임기가) 끝났는데…”라고 밝혔지만 최근 진행된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는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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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 <사진=최진석 기자> |
전경련 관계자는 “이번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차기 회장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라며 “차기 회장에 대해 추대를 논의해 2월 회의에서 최종적으로 대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르면 내달 중순께 허 회장의 연임을 비롯한 차기 전경련 회장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경련 안팎에서는 현재까지 차기 회장으로 나서는 이가 없다는 점에서 허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실제 주요그룹 총수 가운데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하거나 맡을 적임자는 드물어 보인다.
10대그룹 총수 중 가장 강력한 전경련 회장 후보였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재판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고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그룹 대표직에서 물어나면서 전경련 회장직을 맡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나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전경련과 거리를 두고 있다. 여타 그룹 역시 쉽게 전경련을 이끌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닌 듯 하다.
그나마 허 회장의 경우 지난 2년간 평가가 나쁘지는 않다.
그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건강상의 문제로 전경련 회장을 사임의사를 밝힌 이후 리더십 문제가 본격화되던 당시 조직을 안정화 시켰고 주요 이슈 등에서 회원사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GS그룹 내부에서도 허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음으로써 GS그룹의 위상을 공고히 했고 허 회장 개인에게도 ‘은둔의 경영자’라는 평가를 지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그의 연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허 회장이 이끌어온 전경련 2년에 대해 ‘큰 문제도 없었지만 변화도 없던 2년’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전경련의 위상 추락은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허 회장 체제에서도 이를 뒤집을만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결국 전경련이 대기업의 이익 대변인에 그치면서 더욱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 몰렸다”고 분석했다.
실제 허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2011년부터 2012년은 경제민주화에 따른 동반성장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큰 시기였다. 그럼에도 전경련에서는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논의의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정부나 일부 단체의 주장에 대해 방어 논리를 만드는데 급급했다는 평가다.
이는 전경련 회의의 회장단 참여율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지난해 말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와 회동에서 대부분 참석했던 회장단은 최근 첫 회당단 회의에 절반 이상 불참했다. 이미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전경련 회장단에서 사임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한발 더 나가 재계 일각에서는 전경련의 위상추락이 허 회장 때문이라는 책임론까지 나오고 있다.
전경련 회장을 지냈던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그렇다. 강 회장은 MB정부 들어 전경련이 제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정치권의 눈치만 보고 있다며 허 회장을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전경련 회장 선임은 새 정부와 맥이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향후 5년을 내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시기”라며 “서서히 무너져가느냐, 환골탈태를 하느냐의 기로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