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정 나아진 중소기업에 금리할인 유치戰
[뉴스핌=한기진 기자] #. 지난 12일 서울 성동구 소재 기계부품업체 김모 사장은 은행의 솔깃한 제의를 받았다. 신한은행 모 부지점장이 “엔화대출을 연 2% 금리로 일부 대체상환(이하 대환)해줄 테니 갈아타라”고 했다. 김 사장은 “엔화를 820원(원화)에 빌려 800원까지 기다려 볼 생각도 있지만 금리 조건이 좋아 고민된다”고 말했다.
#. 안산 시화공단 소재 자동차부품 업체 모 사장은 “우리은행에 950원(원/엔 환율)에 빌린 게 있는데 기업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대환 해주겠다고 해서 고민된다”면서 “900원까지 내려가는 걸 기다려 보고 싶지만 지난 2~3년간 급등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가 있어 은행 금리 조건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엔저가 이상한(?) 중소기업 대출 현상을 만들고 있다. 최근 엔화 값이 내려 금융부담이 줄자 은행들이 고객 빼앗기에 나선 것이다.
은행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더 낮은 금리 제시다. 엔화대출을 일부 갚거나 원화대출로 전부 혹은 일부 전환할 때 금리를 깎아주는 식이다.
신한은행은 일부 엔화로 갚고 갈아타기 한다면 2%대 금리를 제시하고 있고 씨티은행은 3.5%대다.
우리은행은 '엔화대출 원화전환'서비스를 도입하고 올해 말 까지 전환 시 환율 최고 50% 및 대출금리 최고 1% 우대, 전환 시 발생하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기업은행은 원화대출 전환 시 상환되는 대출의 기한 전 상환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주며 금리 1%p를 추가로 감면해준다. 신한은행도 환율 50% 우대 및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몇몇 은행이 대출상환은 유도해도 ‘당근’을 제공하지 않아 이런 방식이 효과가 있다.
이달 초 엔화대출 금리 인하를 A 시중은행에 문의했던 김모 씨는 “2년 전 대출금이 원화로 10억원이 넘어 가산금리를 물었지만 최근 원금이 한자릿수로 내려가 금리를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가산금리는 신용도에 연동되기 때문에 한번 책정되면 내릴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원화로 대출을 새로 받고 담보가치 등을 평가한 후에 금리가 다시 결정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막판까지 버티다 결국 문을 닫게 된 기업은 이런 현상에 억울하다.
한 중소기업 CEO는 “2006년 9월 B 시중은행에서 43억원을 빌렸다가 (엔고로)작년에 원금이 37억원 더 늘었고 이자만 16억원 냈다. 더는 힘들다고 은행을 찾아가니 금리를 그냥 깎아줄 수는 없고 원금을 매달 상환하는 조건으로 평균 6.5%에서 3%대로 조정해줬다. 하지만 상환부담이 두 배로 늘어나 한계에 도달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며 최근 은행들의 뒤늦은 움직임에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주요은행의 엔화대출잔액은 한달 만에 최소 24억5000만엔, 최대 41억엔 감소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