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민생경제 최우선, 국민 100% 행복시대’라는 기치를 들고 출범한 지 열흘을 넘겼다.
그렇지만 정부조직개편안이 타결되지 못하고 각 부처 장관이 임명되지 않으면서 국정공백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2%대의 저성장으로 국민들의 고통이 지속되고 있으나 민생 경제를 돌 볼 체계도 장관도 없는 데다 재정집행도 막히면서 '박근혜 노믹스'도 무기력증에 빠지고 있어 우려된다.
7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국회를 통과해야하는 정부조직개편법안에 대한 여야 협상은 직권 상정을 놓고 찬반 공방을 지속하는 가운데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오는 8일 3월 임시국회가 새누리당의 단독 소집으로 다시 개원할 예정이나 여당의 단독 소집에 따른 앙금 등이 작용하면서 의사일정에 합의를 보지 못하면서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안과 더불어 정부조직을 이끌 각 부처들의 장관에 대한 인선도 늦어진 가운데 인사청문회도 지연되면서 옛 이명박 정부와 어정쩡한 동거관계도 지속되고 있다.
정부조직은 국회 여야 협상 절차에 막히고, 조직을 이끌 리더십의 핵심인 부처 장관들은 청문회 등의 절차가 지연되고, 어쩐 일인지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권을 갖고 있는 청와대 비서관들의 인선도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안이 강력해지면서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등 도발 위협도 커지면서 안보 위협도 커지고 있다.
◆ 박근혜 정부, 차관정부 비서관 비상체제 제대로 가동?
국정공백이 장기화된다는 우려가 쏟아지면서 내각의 경우 정홍원 국무총리가 국무총리실을 통해 차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차관정부체제’로 현안에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가 연속성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차관들 역시 과거 정부에서 기용됐고 새 정부에서 신임을 받을지 아니면 옷을 벗고 나가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정쩡한 것은 마찬가지 이다.
그나마 기획재정부의 경우 물가차관회의를 주재할 수 있는 것은 신제윤 제1차관이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그나마 박근혜 정부에서 연속성 있게 일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른 부처들의 경우 향후 자기 인사가 어떻게 날지 모르는 상황이고, 이명박 정부에서 할 일을 나름 다 한 ‘갈참’인 옛 장관과 새 장관이 아직 업무파악이 덜 된 상황에서 집행력을 발휘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또 청와대도 박근혜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회의를 중심에 세우면서 비상체제를 선언한 가운데 기획조정실장으로 구성된 국정과제협의체를 통해 각 부처의 현안을 점검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이 역시도 그나마 현안 점검 차원이라면 모를까, 현안 대응이라든지 새로운 집행력을 가질만한 구심력을 갖기 힘들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각 부처의 기획조정실장의 경우 스스로 승진 대상자이고 새 장관 후보자나 내정자가 발표된 이후부터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일에 보필하는 역할을 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출범을 했다고 하더라도 박 대통령과 정 국무총리, 그리고 청와대 비서실과 차관, 기조실장 등으로 네트워크 ‘뼈대’만 있지 뼈대의 튼튼함이나 알맞은 살이 붙지는 못한 초기 단계에 불과한 수준이다.
◆ 정부 예산 조기집행도 막혀, 경제 돌 볼 집행력 상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면서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장관 내정자들한테 임명장을 주지 않으면서, 사업비 집행은 물론 일부 부처에서는 운영비조차 없어 작동이 멈출 지경이라는 것이다.
이날 조원동 경제수석은 임명 후 첫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정부조직 개편안 통과가 더뎌지면 민생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먼저 지출원인행위를 할 수 있도록 했다"며 "정부조직 개편안 통과가 안 되더라도 민생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조 수석은 "정부조직 개편안이 통과되지 않아 정부가 우선 할 수 있는 일은 기존에 방침을 정해놓았던 것을 진행하는 것인데 가장 중요한 것이 예산 조기 집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수석은 "예산 60%인 약 170조원을 올 상반기 내 집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어 제대로 집행돼야 한다"면서도 "정부조직 개편안이 12개 부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며 소관 예산이 140조원 정도 되고 미래부가 12조원"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지난 1월말 현재 정부의 예산안 집행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1월말 현재 27조 1000억원을 집행, 연간 계획 289조 1000억원 중 9.4% 집행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가 상반기 60%를 조기집행하기로 했지만 단순하게 매월 10%는 집행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고 2월중 집행 역시 그리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재정부의 이태성 재정관리국장도 "통상 일반적인 사업집행은 기관장 임명과 관계없이 해당 부처의 재무관지출관 승인 하에 집행이 가능하다"며 "조직개편과 관련 없는 대다수 부처는 정상 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수직적인 공무원 사회의 특성상 정말 필요한 소규모의 운영비라면 모를까, 얼마 있으면 취임할 인사권자의 승인 없이 큰 금액의 운영비나 사업비를 지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 사회의 특성상 장관의 승인 없이 움직이기 쉽지 않다”며 “특히 옛 장관도 계시고 인사권자인 새 장관이 오기도 전에, 자기 보직도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집행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원안 고수와 대국민 담화로 정치력이 실종되면서 국정이 난맥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결단해서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야만 풀릴 수 있는데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권 초기라서 그런지 여당 지도부들도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4월 재보선과 민주당 전당대회 등 정치일정도 있어 그 이후나 돼야 정치력도 복원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