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연춘 기자] 오너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선언한 신세계가 오는 15일 주주총회를 열고 정용진 부회장의 등기이사 사퇴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특히 이날 주총에서 선임될 일부 사외이사후보를 놓고 적격성 논란이 있어 주목된다.
신세계는 이날 주총에서 기존 등기이사 3명을 모두 교체해 김해성 경영전략실 사장, 장재영 신세계 대표, 김군선 지원본부장을 신규 이사로 선임한다. 이마트도 허인철 대표를 제외한 두 명의 사내이사를 교체, 김해성 사장과 박주형 경영지원본부장을 새 후보로 올렸다.
신세계는 향후 각 계열사는 전문경영인 책임경영체제로 운영되며, 정 부회장은 신사업 및 해외사업 진출 등 굵직한 의사결정과 대주주로서 권한행사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 측은 "정 부회장의 등기이사 사퇴는 2011년 신세계와 이마트로 기업분할을 하면서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경영을 강화해온 데 따른 조치"라며 "올해 3년의 등기이사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물러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이번에 등기이사에서 빠지면 CEO자리에서도 자동적으로 물러나게 된다. 등기이사는 이사회 멤버로, 회사의 주요 결정에 관여하는 자리다. 등기이사는 주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사회에 참여하고, 이에 대한 법적 지위는 물론 책임도 가진다.
등기이사라는 점에서 정 부회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약식기소됐다가 정식 재판에 회부돼 있다. 정 부회장은 오는 26일 법정에 공판을 앞두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재판이 뒤로 밀리면서 정식 재판에 회부된 유통재벌 2세 4명 중 정 부회장이 가장 먼저 법정에 서게 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신세계의 공식적인 입장과 달리 정 부회장이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이유가 최근 신세계그룹에 잇따라 불어닥친 악재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부회장의 등기이사 사퇴를 놓고 총수가 등기이사에서 빠지는 건 결국 권한만 갖고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발상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주총에는 이사 선임을 놓고도 적격성 논란을 빚고 있다.
14일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이하 CGCG)는 신세계 주주들에게 회사의 이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CGCG 측은 김군선 사내이사 후보에 대해 "현재 광주신세계의 등기이사(비상근)로 2013년 재선임을 위해 광주신세계의 이사후보로 상정된 상태"라며 "광주신세계와 신세계는 동일한 업종을 영위하는 회사로 동일업종을 영위하는 회사의 이사로 겸직을 하는 경우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를 권고했다.
사외이사 후보 선임도 논란을 빚고 있다. 신세계와 관계된 법무법인 출신이 사외이사에 추천됐기 때문이다.
손인옥 사외이사후보는 현재 법무법인 화우의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이번에 신규선임되는 손 후보는 과거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바 있다. 최근 법무법인 화우는 신세계가 인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인천종합터미널 관련 가처분 신청에서 법률자문을 맡고 있다.
CGCG 측은 "회사가 법률자문을 받고 있는 법률사무소 소속인사는 사외이사로서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손인옥 후보에 대해서는 독립성의 문제로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손영래 사외이사후보에 대해서도 반대를 권고했다. 손 후보는 현재 법무법인 서정의 고문으로 국세청청장을 지낸 바 있다. 그는 2007년 4월 세무조사 청탁과 관련하여 직권남용 등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추징금 1949만원을 선고 받았으며 이후 2007년 12월 사면됐다. 과거 불법행위의 전력이 있는 자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경우 기업가치 훼손의 우려가 있다며 반대를 권고하고 있다.
한편 신세계와 이마트의 정기주주총회는 15일 오전 9시에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10층 문화홀과 이마트 성수동 본사 6층에서 각각 열린다.
[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