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7억 투자 화성 유리온실 사업 철수
동부가 철수를 결정한 화성 유리온실 내부모습.(사진 = 동부팜한농 제공) |
평소 농업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온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첫 수확 앞두고 전격 사업철수
동부그룹 농업 계열사인 동부팜한농과 동부팜화옹은 26일 성명서를 통해 “더 이상 불필요한 오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 한국 농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화옹 유리온실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부 관계자는 “정부의 기업농 육성 등 농업경쟁력 강화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농식품 수출 활성화에 기여하려는 취지에서 영농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유만을 추구하는 대기업의 횡포로 비춰져 고민 끝에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동부의 유리온실사업은 지난 2011년 4월 세실을 인수하면서 본격화됐다. 앞서 세실의 자회사인 ㈜세이프슈어는 2010년 7월 정부의 농식품전문수출단지 조성사업에 사업자로 선정됐고, 동부(동부팜화옹)가 이를 이어받았다.
동부팜화옹은 467억원을 들여 지난해 말 경기도 화성에 토마토를 재배하는 대규모 유리온실(15헥타르)을 완공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토마토는 일본을 비롯한 중국, 러시아,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지로 수출할 계획으로, 올 봄 첫 토마토 수확을 앞두고 있었다.
농민들의 반발은 유리온실이 완공된 직후인 올 1월부터 본격화됐다. FTA(자유무역협정)를 반대해온 농민단체와 농협 등은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이 농업에 뛰어들면 영세 농민들은 결국 도태될 수 밖에 없다”며 동부그룹의 토마토사업 철수를 요구했다.
또 농약과 비료 등을 생산하는 동부팜한농을 비롯해 동부 계열사의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이며 동부를 압박했다.
◇영농농가에 상생모델 제안..논란만 커져
상황이 급박해지자 동부는 지난 20일 영농 농가에 공동영농을 포함한 기업농모델을 제안하며 수습에 나섰다.
상생모델에는 농민단체와의 토마토 공동 생산, 농민단체 소속 회원의 사외이사 선임 및 경영 참여, 농민단체ㆍ농협 및 지자체의 지분 참여, 토마토 효능 연구 및 홍보 활동 지원, 영농사업 이익금을 활용한 시설농업 발전기금 출연 등 7개 항목이 들어갔다.
동부는 “농민단체가 하루빨리 불매운동을 중단하고, 새로 마련한 상생방안을 바탕으로 상호 협력해 보다 큰 열매를 함께 수확하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동부의 호소는 먹히지 않았다. 농민단체들은 동부와 농식품부간 관경유착 의혹 등을 무차별적으로 제기하며 동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자 동부는 수 차례 철수를 포함한 사업 재검토에 들어갔고, 결국 26일 공식적으로 사업철수를 발표했다.
동부 관계자는 “동부는 오래 전부터 농약과 비료 등 농업사업을 해 온 회사로, 갑자기 농업에 뛰어든 회사가 아니다”며 “농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농민들과 상생해 왔는데, 농민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기업으로 매도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리온실 시설의 매각 등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정부에 공을 넘겼다. 동부는 “화옹 농식품수출전문단지는 정부의 농업경쟁력 강화와 농산물 수출 활성화 정책에 따라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사업인 만큼, 정부의 책임 아래 농업인들이 승계토록 해 수출농업의 전초기지로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적극 강구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100만ha 새만금 사업서도 철수하나
동부는 새만금 사업도 재검토에 들어갔다. 동부는 새만금 100만평 부지에 30ha 규모의 첨단 유리온실과 사료자료작물 단지를 조성하고, 토마토와 파프리카를 재배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동부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새만금 사업에서도 농민들의 반발이 뻔한데, 제대로 사업을 진행 수 있겠느냐”며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부그룹은 국내 최대 농자재 기업인 동부팜한농을 중심으로 농업ㆍ유통ㆍ건강 사업을 7대 핵심사업의 하나로 육성해 왔다.
이를 위해 동부팜흥농(종자), 동부팜(농산물유통), 동부바이오텍(가정용 살충제), 동부팜세레스(천적곤충), 동부팜가야(식음료), 동부팜청과(농산물도매)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