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금융원활화법 종료·환율 기폭제...고급기술 취득 목적
[뉴스핌=홍승훈 기자] 지난달 글로벌 IT업계가 화들짝 놀랐다. 다름아닌 삼성전자가 1200억원을 들여 일본 IT기업 샤프 지분 3% 남짓 인수, 샤프 5대주주에 등극하면서다. 삼성은 앞서 1월에도 태블릿 펜 기술 특허를 다량 보유한 일본 와콤사 지분 5%를 취득하는 등 일본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LG생활건강 역시 지난해 일본 화장품 업체인 긴자스테파니에 이어 기능성식품 통신판매업체인 에버라이프 지분 100%도 인수했다. 이로써 LG는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며 외형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이 일본기업 M&A와 지분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상기업은 핵심 기술력과 특허권을 보유한 일본내 강소기업들이다.
대기업만의 트렌드가 아니다. 국내 중견 및 중소기업들 역시 일본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도가 최근 급속히 늘고 있다는 게 M&A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폐쇄적인 기업문화로 인해 어려웠던 일본기업에 대한 M&A 또는 지분투자를 통한 한일 기업간 협력관계가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이들의 관측이다.
이같은 흐름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우선 일명 '도산방지법'으로 불리는 일본 정부의 '중소기업 금융원활화법'이 지난 3월로 종료됐다는 것. 여기에 더해 원고-엔저라는 환율 변수가 M&A 활성화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컨설팅업체인 롤랜드버거 이석근 서울사무소 대표는 "무엇보다 일본이 저성장으로 인해 부도를 유예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 중소기업금융원활화법이 3월로 종료되면서 한국기업의 일본 매물찾기가 활성화되는 추세였다"며 "여기에 환율 메리트가 최근 일본기업에 대한 M&A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앞서 장기불황을 겪는 과정에서 일본내 중소기업 부도를 막고자 대출조건 완화 등을 골자로 한 중소기업 금융원활화법을 지난 2009년 11월 도입했다. 이것이 올해 3월31일 종료된 것이다.
일본 금융조사기관인 데이코쿠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420만개 일본 중소기업 중 7~8%인 30만~40만개 기업이 금융원활법을 적용받아 연명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일본 금융청이 법 종료에 따라 후속책을 내놓긴 했다. 금융청의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과 감사 정책과 더불어 중소기업 지원센터를 만들어 기존 중기 혜택에 준하는 지원책을 이어가도록 했다.
이형기 금융투자협회 조사연구실 연구위원은 "중소기업금융원활화법이 종료됐지만 기존에 일본 중소기업들이 받던 혜택은 이어지도록 일본정부가 조치했다"며 "다만 과거와 같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은행으로 무게중심을 바꿔 은행의 경영개선안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자구책을 만들어 나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특히 기업이 부도가 나서 은행의 자금회수가 어려울 경우 이를 정부가 지원해주는 식의 혜택이 이어지게 된다"며 "이후 일본정부는 내년 4월경 중기 지원법안을 다시 만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법이 종료됨에 따라 일본내 어려워진 중소기업들의 도산 가능성이 예전에 비해 한층 높아진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 이에 M&A 전문가들은 일본의 고급 기술력이나 특허권을 원하는 국내기업의 일본 M&A 트렌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증권사 한 임원은 "삼성이 작년 미국의 중소기업 지분투자에 이어 올해는 일본 강소기업에 대한 러브콜이 강하다"며 "LG그룹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며 일본기업에 대한 M&A를 추가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일본기업에 대한 M&A 자문을 해온 한 컨설팅업체 대표는 "일본기업의 M&A 프로세스는 여느 국가 기업의 그것보다 시간이 상당히 길다"며 "첨단기술을 보유한 일본 강소기업에 대한 수요가 많긴한데 일본기업 대부분이 오래된 개인기업이다보니 회사에 대한 애착이 크고 최종 결정을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아 딜 수행이 만만치는 않은 상황"이라고 전해왔다.
그는 이어 "국내기업의 일본기업 인수대상 기업으로는 주로 섬유와 반도체쪽"이라며 "향후 헬스케어나 자동차부품, 첨단기술부문에 대한 니즈가 커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