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전례 없는 부양책을 골자로 한 일본의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글로벌 경제에 디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본 정부가 천문학적인 유동성 방출로 엔화를 떨어뜨린 데 따른 달러화 상승과 금을 포함한 원자재 가격 하락이 전세계에 디스인플레이션 및 디플레이션 환경을 조성하고 있고, 이는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팽창적 통화정책을 더욱 자극하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칼럼니스트 마이클 케이시는 일본의 주요 수출품은 더 이상 닌텐도와 렉서스가 아니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해묵은 국내 경제 문제를 해소한다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과 달리 아베노믹스는 일본의 디플레이션을 전세계 경제에 확산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유럽중앙은행이 추가 부양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이나 호주 중앙은행이 예상 밖의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일본의 대규모 자산 매입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케이시의 판단이다.
이어 각국 중앙은행의 팽창적 통화정책은 다우존스 지수를 1만5000선으로 끌어올린 한편 정크본드 수익률을 사상 최저치로 끌어내리는 등 자산시장의 강한 랠리에 불을 당겼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 같은 연결고리가 참담한 비극으로 결말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무엇보다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함께 유로화를 평가절상해 유로존의 실업률 하락 및 전반적인 실물경기 회복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경제의 가장 커다란 리스크 요인인 유로존 부채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를 단행할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실제로 이 같은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판단이다. 때문에 유로화 가치가 경제 펀더멘털에 걸맞지 않게 고평가를 유지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아베노믹스는 일본의 디플레이션 및 내수 경기 침체를 해소하는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케이시는 주장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한 데 따라 수입 상품의 가격이 뛰면서 오히려 소비를 가로막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