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등급 A 이하는 대한항공이 마지막?
[뉴스핌=이영기 기자] 회사채 신용등급이 A등급 이하인 기업들의 영구채 발행은 대한항공을 마지막으로 그 자취를 감출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의 영구채에 대한 신용공여가 어려워진 가운데 비록 회계상으로는 자본으로 인정되겠지만 신용분석상 자본인정 조건이 까다로워 매력도가 기대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3일 회사채 시장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6월말을 목표로 추진하는 영구채 발행은 1000억원 이상 투자자가 모여 예정액 2000억원 달성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등급이 A이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이 양호한 것은 국적기로서의 지명도와 아직 발행금리가 확정은 안됐지만 5%를 넘어가는 제시 금리수준이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 채권 펀드매니저는 "대한항공은 신용등급 A이지만 국적기라는 명성과 5%중반을 넘어가는 제시금리가 투자자들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발행규모가 2000억원으로 맞춰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관측했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A등급 이하 기업들의 영구채 발행은 대한항공이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 영구채에서 은행들이 신용공여를 한 후 금융감독원이 신용공여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고 또 신용공여분에 대해서는 위험가중치를 100% 적용케 해 일반여신과 동일하게 취급토록 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영구채에 신용제공을 할 경우 신용환산율 100%를 적용케 했다"면서 "신용평가에서는 개별적인 판단에 따르도록 돼 있지만 은행 자본건전성 측면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두산인프라(회사채 등급 A) 이후 영구채를 발행한 현대상선(회사채 등급 A-)은 은행신용보강이 없는 무보증으로 발행해 규모가 200억원에 그쳤다.
최근 최우량등급의 발전자회사를 포함한 공기업에 대해 경영평가에서 영구채를 자본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영구채 발행을 막고 나선 것도 이런 분위기에 한 몫 했다.
영구채를 바라보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입장을 도외시 할 수 없기 때문에 발행회사가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이 필요한 우량기업이 아닌 한 영구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분위기도 보수적으로 변해 있다는 의미다.
SK해운 등 일부 다른 기업들은 시장 상황을 파악했지만 실제 발행 추진을 머뭇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채 시장 한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와 같은 구조로 영구채를 발행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고, 회계상 재무비율 개선이라는 것이 실익면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KT나 포스코 등 최우량 기업들이 발행하는 영구채는 다르다. 부채비율이나 유동성 문제와는 별개로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 강등을 면하기 위해 발행하는 한 방편으로 발행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 등은 영구채 발행에서 아예 등급강등을 피하기 위한 자본량과 이를 보충하기 위한 채권구조와 발행규모를 글로벌 신평사들과 사전조율을 거치기도 한다.
한국기업평가의 김경무 전문위원은 "포스코가 하이브리드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신용등급 강등을 피하는 것으로 이는 영구채 발행을 통해 회계상 자본이 보강돼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