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대법원, 유방암 위험 유전자 특허보유 미리어드 패소 판결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인간 유전자(Gene)는 특허 대상이 아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13일(현지시간)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미 연방대법원(출처=월스트리트저널) |
연방대법원은 미리어드가 갖고 있는 이 유전자 두 개에 대한 특허권을 취소해달라던 원고에 대해 만장일치로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09년 미국시민자유연대(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ACLU)와 공공특허재단(Public Patent Foundation)이 이런 특허권 취하 소송을 냈던 원고다.
클라렌스 토마스 재판관은 이날 발표한 18페이지짜리 판결문에서 "인간의 몸에서 나오는 유전자는 따로 떼어내 특허를 낼 수 없다"고 결론냈다. 그리고 "미리어드가 개별화한 유전자들은 자연의 산물이며 미리어드가 모든 걸 만든 게 아니다"라면서 "유전 물질에서 유전자를 독립해 내는 것은 발명 행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이 유전자를 발견해 낸 것은 획기적인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특허를 낼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앞에서 미리어드의 유전자 특허 보유를 취소해야 한다고 시위하고 있는 모습(출처=비즈니스인사이더) |
그러나 이 판결이 미리어드에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대법원은 실험실에서 합성된 DNA 분자들에 대해서 미리어드는 특허권 보호를 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즉, 자연발생적인 유전자는 특허의 대상이 되는 지식재산이 아니며, 하지만 후천적으로 만들어 낸, 예를들어 실험에 필요한 유전자 정보만 담아 다시 만들어낸 상보적 DNA(cNDA)의 경우엔 지식재산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이날 판결 이후 증시에서 미리어드 주가는 한때 폭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일보다 내리며 마감됐다.
이 소송은 지난 2009년 시작됐다. 미리어드가 BRCA1과 BRCA2에 대한 특허권을 기반으로 환자의 암 발병 가능성을 진단하는 고가의 의료 상품을 독점 판매하자 ADLU 등과 더불어 학자들도 나섰다. 특히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처음으로 밝혀 노벨상을 수상했던 제임스 왓슨도 동참해 주목을 끌었다. 환자단체와 유방암 위험을 갖고 있는 여성들도 나섰다.
미리어드는 이 유전자를 발견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했으며 그 결과 이런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에 특허권을 가질 수 있다는 논리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미리어드에 특허를 내 준 미국 특허 및 상표등록청(PTO, US Patent and Trademark Office)과 유타대학교 연구재단도 함께 피고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판결이 미국 정부의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며, 최근 수 년간 특허권 출원이 너무 쉽고 그래서 쉽게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한 법원이 제동을 거는 의미도 있다고 해석했다. 엘레나 케이선 판사는 이런 우려와 관련해 PTO를 '너무 기꺼이 특허를 내주는 곳(patent-happy)'이라 비꼬기도 했다.
듀크대 유전자 과학 및 정책 연구센터 교수인 로버트 쿡-디건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미리어드는 유방암 위험을 가진 유전자를 테스트하는데 있어 경쟁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유전자 특허를 갖고 있는 진단약 업체들이 소수이기 때문에 영향은 제한적일 수도 있다고 했다. 또한 일부에선 특허권이 2년이면 만료되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상징성은 있지만 실질적 의미는 없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