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동 靑 수석 발언에 여야 모두 "부적절"
[뉴스핌=노희준 기자] "정신없는 사람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고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다. BS금융(이장호 회장 사퇴) 때문에 상임위에서 안 그래도 벼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관치금융에 대해 '좋은 관치금융이 있다'고 얘기하는가."(조원진 새누리당 의원)
"시장이나 국민이 평가할 일을 관료가 '좋은 관치가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이상한 것 아닌가. 관(官)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한 얘기일 텐테, 그렇게 얘기하면 정말 관이 개입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얘기다."(민병두 민주당 의원)
금융권에서 관치금융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13일 '좋은 관치' 발언에 대해 여야는 대체로 한 목소리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도 이해할 만한 구석이 없지 않다면서도 선뜻 옹호하는 목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14일 뉴스핌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을 소관기관으로 두면서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국회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위원들을(11명 응답) 대상으로 조 수석의 '좋은 관치' 발언에 대한 입장을 취재한 결과다.
조 수석은 전날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치라는 것도 여러 사람이 여러 정의를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 좋은 관치도 있을 수 있고 나쁜 관치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사진=뉴시스] |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은 "인사 문제에 대한 얘기를 한 것 같고 뜻은 알겠다. 전직 관료라 해서 금융기관의 장(長)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 봐야 한다는 것"이라면서도 "좋은 관치, 나쁜 관치 식으로 얘기하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종훈 의원도 "정부가 인사권을 행사하거나 개입할 수 있는 자리에서 임명되거나 일한 이들의 과거 경력을 보고 대부분이 관 출신인지 판단해야 한다. 인재를 쓰는 방법에는 채널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표현은 많이 나가 듣기가 거북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위 새누리당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좋은 관치, 나쁜 관치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BS금융 경우처럼 아무 권한도 없고 근거도 없는데 (금융당국이 사람을) 빼내는 것은 가장 나쁜 관치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같은 당의 신동우 의원은 "'관치는 나쁘다'는 것은 단순한 논리다. 관료 출신이라도 능력이 있으면 쓰는 것이고 능력이 없는데 관의 힘으로 밀고 들어가면 안 된다는 의미"라며 "원론적인 얘기로 굳이 문제 되는 발언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야당 의원들은 모두 조 수석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원론적인 말을 적용하기에는 오랫동안 관치의 피해가 너무 컸다"며 "여러 곳에 동시다발적으로 낙하산이 오는 것은 비판해야 하고 그런 우려는 경청하고 엄격히 하겠다고 해야 맞다. 경제수석이 나서 옹호하는 발언을 해서야 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주 의원은 "모피아라고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좋은 관치라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전문성과 능력이 있으면 시장에서 알아서 모셔간다. 특히 임기가 남아있는 BS금융 회장의 경우 감독원이 옷을 벗게 한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정호준 의원은 "의도는 뭔지 알겠지만, 인사가 그렇게 세팅이 된 상황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변명처럼 들린다"면서 "관 출신이라고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관 출신의 '획일성, 경직성, 배타성' 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인데, 변화 없이 똑같은 모습이 또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준 의원은 "관치를 왜 청산하자고 하는가. 어떻게 좋은 관치가 있고 나쁜 관치가 있을 수 있느냐, 말 장난"이라며 "관치의 개념을 모호하게 해서 자신들의 의도대로 금융권을 장악해 들어가겠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사퇴할 의사가 없는 사람에 압력을 가해 중간에 쫓아내는 게 문제고 그게 관치"라며 "금융기관 수장을 정부가 마음대로 나가라 들어와라 하고 후임으로 대체로 관료(출신)들이 임명되는 상황에서 '관료라고 다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고 하는 것은 변명"이라고 직격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