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할인 승부수…토요타-한국, 닛산-미국 판매 급증
[뉴스핌=김기락 기자] 일본차의 공세가 거세다. 일본차가 판매 가격을 낮추거나 고객 서비스 등을 강화하는 등 수입차 시장의 ‘전투력’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엔저를 활용한 일본차가 그동안의 침체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19일 한국수입차협회(KAIDA)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일본차 점유율은 15.3%로 지난해와 견줘 1.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 판매는 6만1695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4%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일본차는 여전히 부진하다. 독일차 등 유럽차 점유율은 77.5%에 달한다.
일본차의 부진은 디젤 차종 부재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전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해 경제성을 추구하는 시장 요구를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BMW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차의 디젤 공세에 일본차는 가솔린 모델로 버텨왔다는 것이다.
닛산의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가 뒤늦게 디젤 차종인 M30d와 FX30d를 국내 출시했으나 3.0ℓ급 대배기량인데다 구형 차종이라는 한계점에 봉착, 전전긍긍하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달 M30d 판매량은 단 3대에 불과하다. FX30d 역시 2대다. 이 마저 소비자가 아닌 딜러로 공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인피니티는 이달 들어 G25 판매 가격을 기존 4340만원에서 3770만원으로 570만원 낮춰 시장 확대를 꾀했다. 또 하반기 G25 후속 차종인 Q50 디젤 출시를 통해 판매 부진을 반전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토요타와 혼다 등은 디젤 차종이 없다.
토요타는 할인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올린 사례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5월부터 3370만원짜리 캠리 가격을 300만원 할인했다. 지난달 캠리 2.5 판매량은 707대다. 하이브리드와 3.5 차종을 합치면 889대다.
이를 통해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총 1314대를 판매해 전월 대비 128% 급증했다. 세자리수 판매 증가는 수입차 회사 중 한국토요타가 유일하다. 지난달 일본차 점유율은 19.3%를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달에도 토요타 계약량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출고 상황은 1.5배 올랐다”며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는 공급 물량이 부족해 출고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가격 할인을 주시하는 곳은 독일차 업체가 아닌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라는 게 중론이다. 캠리 판매 가격이 낮아질수록 현대차 그랜저 및 쏘나타 시장까지 빠르게 치고 들어올 수 있어서다.
엔저를 활용한 일본차의 공세는 미국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단적으로 닛산은 지난달 6개 모델의 가격을 낮추고 인센티브를 확대한 결과 미국 판매 실적이 11만4457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판매 증가율은 업계 평균 3배에 달한다.
모건스탠리 분석에 따르면 엔화가치가 지난해 10월 이후 약 15% 내리면서 일본차 업계는 자동차 한대당 1500달러 수준의 가격 인하 또는 이에 상응하는 혜택을 제공할 여지를 갖게 됐다.
이로 인해 미국 시장에선 토요타 및 혼다 등 일본차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토종 브랜드가 가격을 낮추는 등 출혈 경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2014년형 쏘나타를 출시하면서 판매 트림을 세분화하고 가격을 낮춰 수입차 공세 대응 강도를 높이고 나섰다.
쏘나타 2.0 주력 트림 ‘모던’은 ▲LED 주간 전조등 ▲18인치 휠&타이어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 등을 추가해 2635만원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모델과 비교 시 7만원 인상에 그쳐 약 40만원의 가격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판매 가격을 낮추는 것은 내수 시장 강화 목적이 가장 크다”면서도 “대중적인 자동차 소비자의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토요타를 중심으로 일본차가 공세 강도를 더 높일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3000만원대 패밀리세단을 갖춘 일본차의 공세 상대는 국산차”라며 “가격 할인 및 서비스 강화 등 일본차의 시장 확대 전략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