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에라 기자] 외국인의 거침없는 매도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자 투자자들이 연기금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위탁운용사 선정 결과를 발표하자 시장에서는 자금 집행설이 나오기도 했다. 선동렬이나 오승환 같은 특급 소방수 역할을 해달라는 바람이 반영된 것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개월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4조6614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로 인해 코스피는 1800선이 붕괴되는 등 한달새 10% 가까이 급락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4978억원, 3조1543억원 어치 순매수했지만 외국인 공세를 막아내기 버거웠다. 기관의 순매수 중 투신권이 1조483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연기금이 8949억원으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이달 들어 연기금은 5000억원 이상 주식을 사들였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기금이 저가 매수에 나설 타이밍이 됐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국민연금이 상반기 국내 주식 위탁운용사를 선정 발표한 것도 자금 집행설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 측은 "아직 정확한 투자 규모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선정된 운용사 중 대형주는 2000억원, 중소형주사는 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받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조원 이상의 매수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각에서 조만간 연기금이 자금을 집행할 것이란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증시 반등에 기대감을 실어주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기금이 자금을 집행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외국인 매도세가 계속된다면 총알받이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지금으로서는 기관의 매수세보다 외국인의 매도 기조가 완화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계속된 외국인 매도세의 가장 큰 키(key)는 금리와 환율"이라며 "현 상황은 통화정책에 대한 기조 발언에서 나온 펀드런(fund run) 성격이 짙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펀더멘털 변화보다는 정책 당국의 목소리가 중요한 때"라며 "기관이 저가 매수에 나서 시장을 확고히 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외국인의 시각 변화"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달들어 연기금은 삼성전자(1484억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고 현대차(779억원), 기아차(778억원), NHN(551억원), 현대모비스(441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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