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자제 유도…성과체계 하방경직성 '지적'
[뉴스핌=김연순 기자] 금융감독당국이 은행권의 성과보수 체계에 대해 전면 점검에 나선 데 이어 고액 배당에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은행권 수익이 반 토막 나는 비상 상황에서 은행들의 자구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권 수익 악화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은행 및 금융지주사의 연봉 성과 체계 점검과 더불어 과도한 배당 자제를 강력히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감독당국은 금융지주사와 은행의 수익과 배당 성향의 적절성 등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은행들의 배당수준과 관련해 감독당국이 관여할 수 있는 툴은 없지만 건정성 감독 차원에서 적절한 자본을 유지하도록 할 수 있다"면서 "내부유보를 충분히 쌓아 자본을 충실하도록 큰 틀에서 권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금감원은 하나금융에 대해 낮은 자기자본비율(BIS)과 수익성 악화 등을 지적하면서 중간 배당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올해 상반기에 주당 200원의 중간 배당을 계획했던 하나금융은 결국 주당 150원으로 배당 규모를 크게 줄였다.
금감원이 은행권의 배당에도 제동을 걸고 나선 이유는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반토막이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최수현 원장도 "경기가 어려울 때에는 내부유보를 늘려 손실흡수 능력을 키우는 것도 좋은 경영전략"이라면서 과도한 배당을 자제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동시에 금융지주 및 은행에 대한 전반적인 성과보수 체계에 대해서도 점검에 돌입했다.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보수 체계 모범 기준'에 따라 제대로 성과체계가 운용되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성과 체계와 관련해 은행권의 성과가 좋을 때는 성과급이 올라가지만 나빠질 때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 등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의 자율규약인 성과보수 체계 모범 기준에 따라 성과 체계가 제대로 작용하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라며 "하반기 수익성과 건전성에 위험요인이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모범기준에 따라 성과급이 운용되고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서 "성과급에도 고정급과 변동급이 있는데 변동급에 비해 고정급이 훨씬 많아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지주회사와 은행들에 대한 성과체계 점검 결과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시정 권고와 구두지도 등 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적은 안좋은데 성과체계가 변칙적으로 운용되면 모범기준 취지에 맞게끔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성과체게계와 관련해 권고 수준을 넘어 강제력 있는 집행수단이 가동될 수 있는 지 여부는 점검 결과를 통해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적자 점포 정리를 통한 인원 감축, 인건비 효율화에 대한 압박의 강도도 높이기로 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