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센터 수술·하나금융 역량까지 총동원
증권업이 바닥을 모를 위기에 빠지면서 CEO(최고경영자)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조직의 일체감은 떨어지고 업무 의욕은 저하되고 미래에 대한 확신마저 부족해지니 자칫 기업의 방향성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다. 노사관계 악화나 우수인재 이탈 등 예상치 못한 문제도 터진다.
어둠이 짙을수록 별이 빛나는 법이다. 위기일 때 CEO는 결속력을 강화하고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기 위한 임직원의 신뢰도 얻어야 한다. 애플을 살려낸 스티브 잡스도 강력한 혁신으로 조직을 이끌어 아이폰 신화를 만들었다.
뉴스핌은 주요 증권사 CEO의 비전과 경영 스타일, 성격 등을 통해 증권업 불황을 넘어설 수 있을지 희망을 찾아본다. <편집자>
[뉴스핌=한기진 기자] “하나금융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했다.”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사장(사진)은 모(母)그룹의 역량을 이야기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지난 6일 하나대투증권 여의도 본사에서 임 사장은 “2014년 리서치 전망 포럼은 그룹의 전문가들이 참여했고 업계 최초의 자산전략포럼으로 그룹의 시너지가 집결돼 있다”고 소개했다.
자회사 CEO(최고경영자) 중 한 명 이상의 힘이 느껴졌다. 하나금융그룹의 뿌리인 한국투자금융 출신인 임 사장은 그룹에 몇 명 남지 않은 ‘개국공신’이다.
이 때문에 임창섭 사장의 그룹 내 입지와 역할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 하나은행 도곡PB센터 채준호 지점장이 거액자산가들의 최근 동향과 자산전략을, 외환은행 FX 수석딜러 김두현 팀장이 외환시장과 환헷지 전략을, 하나다올자산운용 김정연 이사가 기관투자자의 해외부동산 투자 사례를 각각 발표했다. 그룹 내 계열사들이 가진 장점을 한 자리에 풀어놓은 셈이다.
하나대투증권은 증권업계 불황으로 실적도 신통치 않고 규모 또한 크지 않아 하나금융 계열사 가운데서는 발언권이 약한 데도, 임 사장은 그룹 전체의 협조를 얻어냈다.
그는 하나금융 부회장을 역임했고 오랫동안 김승유 전 회장과 호흡을 맞췄다. 윤병철 전 회장이 은행장 시절 비서실장과 그룹 인사 책임자도 지냈다. 김정태 현 회장이 경영권을 잡으면서 개국공신들이 하나둘씩 줄고 있지만 임 사장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를 놓고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증권업 전반이 위기를 겪는 가운데 하나대투증권을 지켜낼 적임자가 임 사장밖에 없다는 평이 많다.
임 사장은 하나금융에서 위기가 처했을 때마다 구원 투수로 등장한 바 있다. 2008년 금융위기로 국내 은행들이 풍전등화에 놓이자 고문으로 있던 그는 2009년 하나금융 기업금융부문 부회장에 임명됐다. 외환은행 인수 성공으로 그룹이 안정을 찾자 그는 또다시 하나대투증권 사장을 맡았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증권업이 후퇴하고 있는데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임 부회장 밖에는 하나대투를 지켜낼 사람이 없었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리스크관리 최고 책임자인 배기주 본부장도 하나은행 근무 시절 외환은행 실사를 맡았던 인물로 임 사장과 함께 증권사로 넘어왔다.
임 사장은 마산고 출신으로 선이 굵은 성격으로 유명하다. 원리원칙주의자인데다 꼼꼼한 성격으로 꼼수를 싫어한다. 그래서 회사 안팎의 현안이 있을 때마다 정면으로 맞서기를 좋아한다.
이번 포럼도 증권사의 전통적인 리서치 기능을 완전히 깨고 자산관리에 초점을 둔 체제로 완전히 개편한 뒤 의욕을 갖고 준비했다. 임 사장은 “리서치 센터 기능은 투자자 니즈변화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임 사장은 증권만이 아니라 그룹 전체의 사업을 보고 접근하기 때문에 시너지를 내기 위해 하나대투증권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