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찍질보다 '기살리기' 스킨십 경영에 주력
[뉴스핌=한기진 기자]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6일 점심시간에 수행 비서 없이 홀로 사무실을 나섰다. 업무상 약속이므로 비서가 김 사장을 위해 식당 안내 등 역할을 하는데도 그는 “나 혼자 가겠네”라고 했다. 이런 일이 자주 있다보니 회사 내부에서는 “말단 직원에서 CEO(최고경영자)까지 오른 인물이라 직원들을 편하게 대해 주려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는 평가가 많다.
너무 친한 척(?) 하는 김 사장에게 불평 아닌 불평을 하는 일도 있다. 김 사장이 지난 8월 19일 강남지역본부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김 사장은 직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자네 생일이 00일이지….”라고 했다. 이 직원은 적잖이 당황하며 김 사장을 수행한 임원에게 “어떻게 그것까지 아시느냐”며 “한편으론 고맙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만큼 김 사장이 직원들을 살뜰히 챙긴다는 증거다.
직원들과 술 대결을 벌일 일화도 있다. 지난 7월 12일 저녁 식사 도중 노조위원장이 강원지역 3개 지점의 연합 워크숍 행사 방문을 제안하자 즉석에서 받아들였다. 강원도 영월까지 찾아가 직원들과 밤새 술잔을 기울였다. ‘취중진담’이야말로 현장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임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김 사장은 회사 내에서는 평사원에서 CEO까지 오른 유일한 인물로, 큰 선배 혹은 큰 형님으로 통한다.
우투증권의 전신인 LG투자증권에 1985년 입사해 포항지점장, 강남지역본부장, 퇴직연금그룹장, WM사업부 대표 등 30여 년을 우투맨으로 살았다. 그의 말과 행동은 엄격함보다는 편한 형님의 인상을 만든다.
김 사장은 큰 형님 리더십으로 요즘 우투증권 직원들 우울한 기분을 달래주는 데 에너지를 쏟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매각될 전망으로 직원들 사이에서는 “KB투자증권? NH투자증권? 그것도 아니면 중국계 증권사가 되는 걸까?”라는 불안 섞인 말이 유행하고 있다. KB금융, NH금융지주와 중국계 자금을 끌어온 사모펀드 파인스트리트가 예비입찰에 참가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김원규 사장을 선택한 이유도 이런 불안을 잠재울 적임자로 봤기 때문이다. 취임 첫 업무로 전국 지점을 돌았던 것도 직원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한 것으로 이런 선임 배경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최근 증권가가 불황으로 구조조정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 달리 김 사장은 취임 초 임원 수를 20% 줄인 것 말고는 인사에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 ‘채찍질’ 보다는 ‘친화력’의 스킨십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우투증권 한 임원은 “다른 증권사는 인원이 대거 유출되면서 에이스들도 빠졌지만 우투 만은 에이스가 모두 남아있다”면서 “김원규 사장의 스킨십 경영이나 우투 만의 조직문화가 맞아떨어져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