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관치로 경쟁력 확보될까 등 따져야
[뉴스핌=서정은 기자] 여의도에 '모피아' 바람이 거세다. 증권 유관기관이라 불리는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한국증권금융 등 사장을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 출신 관료들이 싹쓸이할 전망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모피아 사랑방'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예탁결제원은 최근 사장 공모 후보자들 중 면접 대상자 5명을 추렸다. 이어 오는 22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후보 1명을 사장으로 선임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예탁원 사장에 유재훈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유 상임위원은 행시 26기로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 및 증권감독과장, 금융위원회 대변인, 기획재정부 국고과장 등을 거친 정통 관료다.
코스콤은 우주하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이후 아직 공식적인 사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조만간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 구성 등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하지만 코스콤 사장에 대한 하마평은 한발 앞서 나오기 시작했다. 기재부 국고국장을 역임한 인사가 내정됐다는 얘기가 관가와 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앞서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재경부 세제실장과 조달청장 출신인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이 임명됐다. 증권금융 박재식 사장도 재경부 국제기구과장과 보험제도과장, 기재부 국고국장 을 거쳐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역임한 관료 출신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공공기관장 인사 원칙 중 하나로 전문성을 강조한 게 모피아 출신이면 모두 된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기식 민주당 국회의원 역시 "재경부에서 재직할 당시 증권업과 접점도 없던 관료들이 공공기관에 자리하고 있다"며 "국감에서 매년 지적되는데, 이런 부자연스러운 행태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고 일갈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문성을 갖춘 기재부 인사가 온다면, 업계와 정부를 아우를 수 있어 선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며 "하지만 전문성은 커녕 자리보전식 '회전문 인사'가 반복되다보니 비판이 강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관료 출신들의 독식으로 '관(官)'의 논리가 시장의 논리를 앞서 금융경쟁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의 생리로 움직여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관치에 젖어들면 경직될 수 밖에 없다"며 "지난 몇 년간 규제와 관치 논란이 되풀이됐을 뿐 증권업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거나 불황을 뚫고 나갈 해법을 마련하는 모습을 못봤다"고 비판했다.
그는 "냉정히 말해 시장에서 잔뼈가 굵어 살아남은 사람과 예산 쥐고 권력만 휘두르던 모피아 출신 인사를 비교하면 누가 더 적합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뉴스핌 Newspim] 서정은 기자 (love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