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기재부 책임회피에 애꿎은 국민만 피해보나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지난 4일 인천 송도에 문을 연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개소식에 취재차 갔다가 생각지 못하게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만났다. 알고보니 황 대표는 송도가 위치한 인천광역시 연수구가 지역구라 참석한 것이었다.
국회를 출입하는 정치담당기자는 아니었지만 여야가 극적으로 예산안 심사를 하기로 한 다음날이어서 황우여 대표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내년 예산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전날 야당과의 협의로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의 황 대표는 내년도 예산안이 빠르면 이달 23일 늦어도 25일 크리스마스 이전에 처리돼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은 11월 말까지 심사를 마치도록 하고 기한 내에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바로 본회의에 상정했어야 했는데 올해는 정부 반대로 그러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야당과의 의견 대립을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정부 탓을 해 어리둥절했다.
기획재정부에 알아보니 정부가 반대했다는 황 대표의 발언은 국회선진화법에서 국회 본회의 예산안 자동상정제를 말한다. 국회는 지난 5월30일부터 이를 시행하려고 했으나 이를 위해서는 정부 예산안이 의결 120일 전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당시 기재부가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서 반대를 했던 것인데 마치 정부가 예산안을 일부러 지연시킨 것처럼 이야기한다"며 당혹해했다.
재밌는 것은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은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새해 예산안 제안 설명을 하기 전날 까지도 예산안이 제때 통과되지 못하면 한국경제에 비상이 걸린다며 국회를 압박해왔다는 점이다.
예산안이 제때 통과되지 못하면 누가 손해를 볼까. 국회의원과 공무원은 올해 안에 새해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해 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이 편성되더라도 월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새해 예산안에 편성된 추가혜택은 일시 중단된다. 현 부총리는 직접 65만개 일자리가 사라진다고도 했다.
국회는 정부 때문에, 정부는 국회 때문에 예산안이 제 때 통과하지 못했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작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데 애꿎은 국민만 피해를 보게 될까 걱정이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