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등 통상리스크, 핵심 변수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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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홍승훈 기자] FTA(자유무역협정),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최근 한국의 통상(通商)환경 변화를 압축하는 키워드들이다.
하루가 지나면 바뀌는 통상 환경 속에서 한국의 수출 주력품목인 완성차업계에선 이제 '통상 리스크'가 향후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2011년 한-EU FTA, 2012년 한-미 FTA 발효에 이어 최근 한-호주 FTA가 사실상 타결, 2015년 발효를 앞두고 있다. 한-중 FTA는 1단계 협상을 끝내고 이미 2단계 협상에 진입, 사실상 2015년경 체결이 예상된다.
개별국가와의 협상인 FTA와는 달리 전세계 GDP의 38%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의 지역경제통합체인 TPP 역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최근 전세계에 '관심표명' 의사를 공식 밝히며 한발 다가선 상태다.
글로벌 생산과 판매를 하는 국내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업계가 향후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통상여건 변화'를 꼽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실상 한-일 FTA 효과를 갖는 TPP에 한국이 가입할 경우 일본산 자동차가 본격 수입되기 시작해 국내시장으로 물밀듯 밀려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럴 경우 현재의 8% 관세 효과가 없어지는 만큼 국내차와의 시장경쟁이 불가피해진다.
도요타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 우려가 대표적인데 대부분 자동차 생산을 일본 내에서 하고 있는 렉서스의 경우 TPP 가입시 관세폐지가 가져다주는 효과는 직접적이다. 미국 등에서 생산되는 일본차는 이미 한-미 FTA에 준한 관세효과로 큰 영향이 없지만 렉서스 주력 차종인 ES300h(4990만원)는 관세 폐지시 400만원의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한다. 현대차가 최근 출시한 '신형 제네시스 3.3모던'(4660만원)보다 더 싸다.
한-중 FTA는 파장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겉으로는 현재 20%대인 중국의 수입차 관세율이 철폐되면 국산차의 중국 수출이 많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이미 중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브랜드들의 국내진출 때문이다. 글로벌 브랜드로선 이 시점에 한국시장 진출에 호기를 맞게 된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차를 한국으로 수출할 경우 근접성으로 인해 여타 지역대비 물류비용 최소화가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그런만큼 우리에겐 불리할 수 있다.
물론 당장에 중국서 생산되는 수입차가 국내시장을 독식할 가능성은 낮다.
산업연구원 조철 국제산업협력실장은 "중국에서 생산중인 외국 브랜드의 경우 한국서 팔리는 가격보다 중국내에서 더 비싸게 차를 팔고 있기 때문에 당장에 한국진출 이유는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중 FTA 체결후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점은 공감한다.
조 실장은 "TPP 가입시 당장의 우려가 일본차와의 경쟁이라면 한-중 FTA는 중장기 관점에서 국산차를 두렵게 하는 요인"이라며 "차업계로선 한-중 FTA는 미래에 대한 우려고, TPP는 일본차와의 경쟁에 대한 현재의 우려라고 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정부는 아직까지 크게 우려할 사항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산업통상자원부 허남용 시스템산업정책국장은 "TPP는 다자협상을 하고나서 양자협상을 하기 때문에 각국이 불리한 부분에 대해선 최대한 수동적 입장이다. 때문에 우리에게도 버퍼가 꽤 생긴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현재 수입되는 일본차의 경우 대부분 원산지가 미국이기 때문에 TPP로 인한 일본차 관세철폐 효과는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어, 최근 업계 우려는 과민성 반응이라는 것이다.
증권가 역시 일본보다는 유럽차의 시장잠식 가능성에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SK증권 김용수 연구위원은 "최근 추세를 보면 유럽 브랜드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급증 추세"라며 "TPP나 FTA 등의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자동차 업계의 우려는 일본보다는 유럽 브랜드에 맞춰져 있다"고 전해왔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유럽 74%, 일본 18%, 미국 7% 수준이었지만 올해 10월 누계로 보면 유럽차는 82%, 일본 11%, 미국 7%대로 '유럽의 급부상, 일본의 침체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즉 최근 2~3년 추세를 보면 내수시장에선 일본 선호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유럽차, 특히 독일차에 대한 선호가 급속히 늘고 있다는 얘기다.
김 연구위원은 한-호주 FTA에 대해서도 "FTA 발효시 국산차의 호주시장 수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있지만 호주시장은 사실 우리와 비슷하거나 작은 규모"라며 "통상변화에 따른 큰 변수가 안된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