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김승연·이재현 등 일부 총수 '우울한' 명절
[뉴스핌=이강혁 정탁윤 기자] 60년만에 찾아온 2014년 갑오년 청마(靑馬)의 해. 까치 설날은 가고 우리 설날이 왔다. 오랫만에 만난 친척들과 떡국을 나눠먹으며 한해를 설계할 생각에 고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재계 총수들도 설 명절을 맞아 국내와 해외에서 조용한 시간을 가진다. 하지만 이번 설은 마음이 무겁다.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바짝 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재판이나 병원에서 명절을 보내야 하는 총수들도 여럿이어서 더욱 마음이 편치 않다.
◆ 주요그룹 총수들, 국내외서 경영구상
29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그룹 총수들은 대부분 이번 설 연휴를 해외나 국내에서 보낸다. 가족들과 함께 머물며 올 한해의 경영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외에서 설 명절을 맞는다. 지난달 27일 오랜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던 이 회장은 올 초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고 15일만인 지난 11일 다시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 회장은 현재 미국 하와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호흡기질환 예방을 위해 해마다 겨울이면 하와이 등 따뜻한 나라에서 머물며 해외 주요 거래선과 미팅을 갖고 굵직한 경영현안을 챙긴다. 이번 명절에도 올 한해 경영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한남동 자택에 머물며 가족들과 연휴를 보낼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자동차 내수부진에 유럽시장마저 5년만에 점유율이 떨어지는 등 경영현안이 만만치 않다. 더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춤했던 토요타 등 일본 메이커들이 올해 엔저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현대·기아차도 이들과 치열하게 경쟁은 불가피하다.
정 회장은 올해 유럽과 미국, 중국 등 3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등 세계 탑 메이커들과의 물러설수 없는 승부를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 가야한다는 고민으로 이번 설 연휴를 보내지 않을까.
구본무 LG 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도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시장선도를 위한 경영구상을 하며 연휴를 보낼 계획이다. 구 회장 등은 신정을 쇠는 관계로 이번 명절에는 조용한 설 맞이를 한다.
허창수 GS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김준기 동부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등도 대부분 자택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경영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별다른 일정 없이 자택에서 휴식과 함께 갑오년 새해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집에서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며 조용한 연휴를 보낸다.
다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정부가 현재 북측에 다음 달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해 놓은 만큼 어느 때보다 이번 명절을 긴장감 속에서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될 경우 향후 중단됐던 남북경제협력 사업 재개 가능성도 있어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오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공식 회장에 취임하는 권오준 차기 포스코 회장 내정자 역시 설 명절에 쉴 틈이 없다. 업무파악과 함께 포스코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이재성 현대중공업 회장은 이번 설 연휴에도 해외공사 현장에서 보낼 예정이다. 이 회장은 매년 명절 연휴 해외 사업장을 방문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직원들을 격려해왔다.
◆ 일부 총수들, 재판·병원 신세..'우울한' 명절
반면 최태원 SK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 이재현 CJ 회장 등 일부 총수들은 재판이나 병원 신세를 지며 우울한 설 명절을 맞게 됐다.
회사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중인 최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어의 몸으로 설을 보낸다.
김 회장도 회사에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입힌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당뇨와 우울증 등 건강 악화로 인해 구속집행정지 허가를 받고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치료중이다.
이 회장 역시 신장이식 수술을 위해 구속집행정지 허가를 받고 치료 중이다. 다음달 14일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어 마음은 누구보다 무겁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정탁윤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