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연춘 기자] CJ그룹이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놓였다.
이재현 CJ그룹 호장이 실형을 선고받자 그룹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 총수 부재로 인한 경영 공백이 장기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CJ그룹 안팎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최근 잇따라 집행유예 선고를 받자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이 회장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했지만 징역 4년의 실형이 나오자 실망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CJ그룹은 이 회장의 경영공백으로 기존 사업뿐 아니라 신규 해외사업 등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7일 CJ그룹에 따르면 지난 5월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이후 지난해에만 보류된 투자 규모는 모두 6400억원에 달한다. 이는 CJ가 발표한 지난해 투자액 3조2400억원의 20%에 해당한다.
주요 사업으로는 CJ제일제당 생물자원사업부문에서 추진해온 베트남과 중국 기업의 인수합병(M&A)이 인수 전 단계에서 중단됐다. CJ프레시웨이의 중국·베트남 급식시장 진출도 멈췄다.
또한 CJ대한통운의 미국과 인도 물류업체 인수건도 협상 단계에서 정지된 상태다. CJ오쇼핑의 미국 홈쇼핑업체 인수합병(M&A)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CJ의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영업이익(7861억원)은 전년보다 26.1%, 당기순이익(3208억원)은 43.8% 줄었다. 그룹의 모기업격인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영업이익(3466억원)이 전년보다 무려 30.8% 하락하며 곤두박질쳤다.
CJ그룹은 1월 말 또는 2월 초 확정해오던 투자와 채용 계획을 여전히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구속 기소된 지난 7월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해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 안정화에 나서는 등 경영공백을 메우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으나 실적은 부진했다.
CJ는 오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에 영업이익 10조원, 글로벌 매출 비중 70%를 돌파하는 '그레이트 CJ'를 내걸었다.
이 회장의 자리를 대신 메우고 있는 손경식 회장도 최악의 위기 상황임을 강조했다. 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순탄하지 않은 경영환경이 예상된다"며 "이 회장의 부재는 그룹의 최대 위기상황인 만큼 임직원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J는 올해 경영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 '경영안정성'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 수익성 제고 △ 글로벌진출 확대 △ 일류 기업문화 구축 △ CSV의 체계화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순탄치 않은 경영 환경이 예상된다.
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중요한 의사 결정이 지연되고 있어 그룹의 중장기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