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신뢰 '흔들' 구조적 리스크 확산 가능성도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 기업의 첫 회사채 디폴트 여부에 월가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이번 사태가 ‘중국판 베어스턴스’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계기로 중국의 신용 리스크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평가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주요 외신을 통해 중국 태양열 업체인 상하이의 차오르 솔라 에너지 & 테크놀로지의 회사채 디폴트 리스크가 전해지자 5일(현지시각)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될 것이라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 12조달러 중국 회사채 시장 ‘잿빛’
2008년 미국 베어스턴스가 유동성 위기를 맞았던 것을 필두로 금융시스템 붕괴 리스크가 닥쳤던 것과 같은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중국이 최악의 상황을 비껴간다 하더라도 투자자들 사이에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벌어진 것과 흡사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데이비드 추 전략가는 “차오르 솔라의 디폴트 리스크가 당장 중국 금융시스템에 극심한 유동성 경색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연쇄 반응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금융위기 당시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경색 조짐이 수면 위로 부상한 뒤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이 발생하기까지 1년의 기간이 걸렸다.
투자자들이 이른바 그림자 금융의 리스크와 실상을 파악하는 데 일정 기간 시간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드러나자 금융권은 여신과 투자를 동결하는 한편 현금 확보에 혈안이 됐고, 이어 베어스턴스 헤지펀드의 파산 보호 신청과 JP 모간의 베어스턴스 인수 및 미국 사상 최대 파산인 리먼 브러더스 붕괴까지 숨가쁘게 꼬리를 물었다.
차오르솔라가 7일 만기인 8980만위안(1470만달러)의 회사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12조달러 규모의 중국 회사채 시장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 2014년 중국 VS 2008년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와 세계 최대 채권펀드 업체 핌코의 빌 그로스는 연초부터 중국의 금융시스템이 2008년 미국의 상황과 닮은꼴이라는 주장을 제시했다.
그림자 금융에 잠재된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상황이며, 자산 버블까지 맞물려 시스템 리스크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회사채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2조달러로, 2007년 이후 10배에 가까운 폭발적인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차오르 솔라가 이자 상환에 실패할 경우 중국의 하이일드 본드 발행 금리가 단기간에 200bp 치솟을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는 내다보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 바클레이스의 창 지안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가 없지 않지만 차오르 솔라의 구제금융이 이뤄질 여지는 낮다”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중국의 선택적 디폴트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에너지와 조선, 철강, 시멘트, 부동산 등의 업종이 취약하다는 평가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