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흐름은 동부제철 인수와 반대 방향
[뉴스핌=이영기 기자] '정책금융의 맏형'인 KDB산업은행이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에서 포스코를 선택한 것에 대한 시장 반응은 기대와는 딴판이다. 주식시장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현대그룹, 한라그룹, 대성산업 등 최대 14개 대기업이 올해 새롭게 채권단의 관리를 받게되는 상황에서 보다 혁신적인 구조조정 방안의 강구가 절실해 보이는 대목이다.
31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은이 포스코에 동부그룹의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에 대한 인수제안을 한 이후 두 회사의 주식가격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 주가는 지난 27일 대비 3%p 수준 하락했고, 포스코가 산은의 제안을 부정적으로 본다고 알려진 이날은 소폭 상승했다.
반면 동부제철은 주가가 지난 주말 신고가를 형성했다 이날 내림세를 보여 포스코와 동부제철의 주가가 서로 반대로 출렁이는 양상이다.
포스코의 시가총액 변화도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의 가치로 추산되는 8000억원대였음을 고려하면 시장에서는 포스코에 제안한 산은의 인수에 대해 비교적 정교하게 반응하고 있다.
산은의 구조조정 방안을 시장이 별로 반기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순간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취임과 함께 형성되던 포스코의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다시 흔들리고 있는 셈.
최근 포스코가 정부의 입김에서 보다 자유로워지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으로 이제는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이 되살아나던 차였다.
권 회장이 내정될 당시에 자산운용규모로 국내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관의 한 CIO는 "권 회장이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입장이라면 이제 포스코를 매입해도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당시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산은이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동부제철 인천공장 등을 인수할 것을 제안한 이후 비밀유지약정서 체결 등 포스코의 스탠스에 따라 주가가 갈팡질팡하면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산은의 구조조정 방식이 포스코에 대한 시장 신뢰가 싹을 틔울 여유를 주지 않고 있는 것.
대형 자산운용기관의 다른 한 CIO는 "대기업 구조조정에서 사모펀드를 활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구조조정을 더 어렵게 할 가능성도 있다"며 "동부그룹이나 팬오션 등의 구조조정에서 PEF를 통한 지원이 생각만큼 긍정적이지는 않은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그룹, 한라그룹, 대성산업등 최대 14개 대기업이 새롭게 채권단의 관리를 받게 되는 가운데서 창립 60년주년을 맞이하는 산은이 새로운 구조조정 방안을 모색할 수 밖에 없어 보이는 대목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