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수연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의 원화 절상에 대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의 환율 수준에 대해서는 별다른 우려를 나타내지 않았다.
9일 이 총재는 한은 본관에서 열린 5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단기간에 가격이 한 방향으로 진행되다보면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가 나타날 수 있다"며 "원화 절상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수출부진 등의 경기 회복에 대한 원화 강세의 부작용은 과거보다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오히려 내수 부양의 측면에서는 원화 강세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환율 절상이 되면 수출 부진 등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현재에는 그 정도가 좀 다르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내수쪽에서 보면 실질 구매력이 높아져 부진한 내수를 살리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며 "원화 강세의 영향에는 양면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지난 4월 기자설명회에서도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면 쏠림 현상의 우려가 있다며, 환율 레벨보다도 변동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이는 지난달 9일 현오석 부총리가 환율 수준보다 변동성에 초점을 맞춰 지켜보고 있다는 발언과 같은 맥락의 언급이다.
이날도 이 총재는 최근 환율 급락에 대해 "지금 외환 시장의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며 "시장 기능이 작동되지 않는 상황으로까지는 우리가 그대로 두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이다.
- 세월호 참사에 따른 민간소비에 대한 우려로 기재부에서도 부양책이 나왔는데, 금통위에서는 어떤 논의를 했나? 세월호 참사로 인한 경기 전망은?
▲ 금통위에서도 당연히 얘기를 했다. 한결같이 세월호 이후의 영향 특히 내수의 움직임이 어떻게 될지 면밀히 점검해보자 하는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내수의 회복을 제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확보한 속보성 지표를 봐도 백화점, 대형마트 판매, 여행과 관련된 지표는 둔화되거나 감소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세월호 사고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경기 전망에) 미치는 영향이 달려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참사 있었을 때 대개 한 두 달 내에 소비위축 영향이 그쳤는데, 이번 사고는 과거 참사보다는 조금 오래가지 않을까 싶다. 2분기 내내 지속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로서는 영향의 정도를 수치로 말씀드릴수는 없다. 다만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서 한 번 보고있다. 영향을 좀 더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 정부에서 관련 대책회의를 열어서 소비심리 위축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회의를 갖고, 정부가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자세를 나타냈기 때문에, 내수가 과도하게 위축되는 것은 막을 수 있지 않게는가 기대하고 있다.
- 오늘 기재부의 발표에서 한은도 금융중개지원제도에서 3조원을 조기집행 하겠다고 했는데, 금통위 최종결정이 아닌가? 특히 기술형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총한도가 3조원인데 1년 넘도록 5000억원밖에 지원되지 않고있다. 원인과 향후 한도 조정 여부는?
▲ 오늘 결정은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자체를 늘리는 것이 아니고, 현재 집행되지 않은 부분을 좀 빨리 나가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금통위 의결을 요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한도 내에서 집행을 좀 빨리하겠다는 의미다.
기술형창업지원 프로그램 자원 잘 집행이 안되고 있다. 시행 초기에 했던거보다 대상을 좀 더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의 기술금융 활성화 대책이 구체화되면 이를 관련 대출 지원한도에 포함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지원 대상을 추가하면 (지원자금의) 소진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 최근 나타난 원화 강세와 세월호로 인한 소비심리 약화에 따른 내수침체가 지난 4월 전망했던 성장률과 물가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그당시에는 경기나 물가에 있어서 상하방리스크 가 중립적이라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하방리스크가 더 커졌다고 보시는지?
▲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심리 위축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달려있다. 조기에 좀 회복으로 심리가 돌아선다면 큰 흐름의 영향은 없을 걸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오래간다면 분명 영향 있을 것이다.
4월 전망에서 상하방 리스크가 중립적이라고 했는데, 다시 한 달만에 단언하기는 아직은 때가 이르다.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상하방 리스크의 좀 내용은 달라졌을 것이다. 지난번 전망 때는 상대적으로 대외리스크를 더 크게 우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은 대외리스크는 생각보다 약화되지 않았나 싶다. 우크라이나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불안하긴 하지만, 미 연준의 정책 기조전환이 상당히 빨리지지 않겠느냐 하는 우려가 약화된 것에 기인해서 대외쪽 리스크는 훨씬 개선됐다고 본다.
반면에 세월호 관련해서 국내리스크는 조금 커지지 않았나 싶다. 이것이 내수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에 그친다면 큰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두 달 정도 지켜본 후 하반기 전망 내놓을 때는 좀 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 4월 금통위 이후에 총재 멘트나 보고서 등을 보면 인상을 시사하는 뉘앙스가 많다. 하지만 실제 채권시장 금리를 보면 반응이 없다. 과연 시장이 한은과 총재의 의중을 제대로 읽고 있는건지?
▲ 지금의 기준금리 수준 2.50%는 분명히 경기회복을 어느정도 뒷받침 할 수있는 수준이라고 다들 보고있고, 시장에서도 그렇게 평가하고 있다.
지금 금리 수준이 경기회복세를 어느 정도 뒷받침 할 수 있는 수준이라한다면, 이러한 전제 하에 올해 4% 성장, 내년 4.2% 성장이 이어진다면, 잠재성장률 그 이상의 회복을 내다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경기 흐름을 전제로 한다면 적어도 금리 의 방향은 인상쪽이지 않겠나.
다만 곧바로 인상을 논의한다는 뜻은 아니었고, 방향을 그렇게 설정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는가 생각해서 말씀 드렸다. 채권시장에서는 아무래도 경기회복세가 아직은 미약하니 곧바로 반응 없을 것이다. 소통과 신뢰의 문제가 취임하고 곧바로 어떻게 쌓이겠는가. 일종의 레코드가 쌓여야 되는 것이니까, 그런 방향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
- 최근 약 7주간 6% 가까이 원화 절상이 이뤄졌고, 유로화는 ECB가 정책 관련 발언 이후 약세를 보이고 글로벌 달러도 약세를 나타내느 상황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한국 경제 전반에 어떤식으로 영향을 미칠까?
▲ 환율은 절상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단기간에 가격이 한 방향으로 진행되다 보면 우려하는 것이 쏠림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해서다. 때문에 단기간에 급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원화절상의 영향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 분명 수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과거에는 절상이 되면 경기에 안좋다 이런 인식이 있었는데. 현재는 그 정도가 좀 다르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다.
반면 내수쪽 보면 실질 구매력 높여서 부진한 내수를 살리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이렇듯 원화 강세에는 긍정과 부정의 효과가 있고 양면성이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원화강세는 당연히 물가는 낮추는 쪽으로 작용을 하게된다.
- 미국은 경우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기조로 들어섰고, ECB는 추가완화 발언, 중국은 마이크로한 정책 대응을 하고 있고, 동남아 일부국가는 금리를 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은 금통위 미국 금리 인상 시작 전에도 필요하면 인상에 나설 수 있는가?
▲ 미국 연준이나 ECB나 현재 통화정책 기조자체는 다 완화적이라고 본다. 다만 방향이 서로 달라지고 있다. 연준은 완화 정도를 줄여서 테이퍼링 끝나면 정책금리 인상의 단계로 수순으로 가고 있고, ECB는 지금의 완화를 좀 더 확대하는 추가 완화를 얘기한다.
한은은 아무래도 EU,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여부 정도를 면밀히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당연한 답변이지만 각별히 지켜보고 있다.
- 지난달 금통위 때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쏠림현상이 생기고, 시장기능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지금 환율 급락의 상황을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시는지?
▲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씀을 드려야 될것 같다. 시장 기능이 작동되지 않도록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시장 기능은 작동하고 있다. 시장 기능이 작동되지 않는 상황으로 까지는 우리가 그대로 두진 않겠다.
- 기재부가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을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혔는데, 한은에서는 금리 인상을 얘기하고 있다. 이것이 정부하고 한은의 인식 차이인지 경제 인식이 다른건지?
▲ 통화정책과 관련해서 보면 금리 수준의 적정성(적정 금리)을 내부적으로 평가해보고 금융상황이 어떤가 판단하는 지표가 많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지금의 통화정책 기조는 경기회복을 뒷받침 할 수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지금 기조와 정부의 기조가 엇박자나는건 아니다. 한은과 기재부가 인식차나 시각차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
- 금융중개지원대출 필요시 한도 조정을 검토한다고 했는데, 한은 발권력 동원 아닌가?
▲ 부문별로 보면 미소진 된 금액이 있으니, 필요하다면 총 12조원 범위내에서 프로그램간 한도는 조정할 수있다. 발권력 논란은 지금 기존의 한도를 더 늘리겠다는건 아니고 운영을 개선하겠다는 뜻이고, 해서 오늘 발표된 계획이 추가적인 발권력은 아니다라는 말씀을 드린다. 발권력은 청문회 때도 말했듯 신중히 접근할 문제다.
- 한국도 미국도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이 많은데, 장기물 금리의 경우 양국 모두 내리막 곡선을 그리고 있다. 왜 경기 회복 전망에도 장기물 금리가 내려가는지?
▲ 최근 장기금리는 좁은 범위 내에서 변동하고 있다. 결국 상하방으로 금리가 움직일만한 뚜렷한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다. 다시 말씀드리면 현재 장기금리가 기준금리에 가까이에 있어 격차가 상당히 좁은 부담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시장참가자들 사이에는 연준의 통화저액 완화기조가 생각보다는 장기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글로벌 장기금리의 상승 전망이 약화된 상황에서 국내적으로도 국내 경기회복세가 장기 금리를 끌어올릴만큼 회복세 강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처럼 큰 변동없이 가고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서 금리 정책으로 어떻게 단기금리 막힌 상황을 타개하기보다는, 경기회복세가 더디다보니 빚어지는 현상이니, 경기회복세가 해결된다면 자연스럽게 풀리지 않을까.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