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상 실질적 금융지주사 역할 필요
[뉴스핌=이에라,서정은 기자] 삼성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가 한층 단순해졌다. 삼성자산운용이 삼성생명의 품에, 삼성선물이 삼성증권에 안기면서 장기적으로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사의 수직계열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지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생명은 삼성선물 지분 41%를 삼성증권에 매각하고, 삼성증권은 삼상자산운용 지분 65.3%를 생명에 넘기기로 했다. 이로써 삼성생명은 삼성자산 지분을 100%, 삼성증권은 삼성선물 지분을 100% 보유하게됐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절차를 두고 삼성 금융지주사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높다. 법적인 제한 때문에 급히 속도를 내는 건 아니지만 방향성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임원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을 고려한다면 결국에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로 방향을 잡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이를 진행시키는 과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지분을 각 계열사로부터 2641억원에 매입했고 지난달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화재 지분 30만주를 712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또 삼성증권, 삼성중공업, 삼성화재 등에 분산돼있던 삼성자산운용의 자분을 모두 매입해 삼성생명 아래에 삼성카드-삼성화재-삼성자산운용 등을 나란히 자회사로 편입한 형태를 만들었다.
원재웅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의 금융계열사 지분 주고받기, 삼성카드의 제조업계열사 지분 정리, 삼성SDS 연내상장 등이 시장에서 예견된 것인데,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고 삼성금융지주회사 신설방향으로 일관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그동안 삼성생명과 삼성자산운용의 양사간 인적교류가 활발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업종에 대한 연관성을 중심으로 지분구조를 바꾼 셈"이라며 "주목해야 할 점은 지배구조 이슈에서 파생되는 현금흐름 개선과 그것을 통한 투자 가능성"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중간금융지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제조업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하는데 삼성전자의 지배력, 매입 자금 확보 측면에서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지난 5월2일 국회가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비은행지주회사는 제조업 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 애널리스트는 "삼성 중간금융지주로 가는데 있어 비용부담이 적고 우선적으로 쉽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나열해 보면 △삼성증권 지분율 30% 이상 확보 △삼성증권의 보유 제조업 계열사 지분 처분 △삼성화재 지분율 30% 이상 확보 △삼성화재의 보유 제조업 지분 처분 등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중선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상속이 이뤄질 경우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단일 최대주주로 되면서 금융지주사가 되고 금융지주사의 비금융계열사 소유를 막은 현행법에 따라 그룹구조 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된다"며 "이를 피하기 위해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은 보유한 자사주를 바탕으로 인적분할을 한 후 삼성에버랜드와 합병하고 삼성생명은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하여 지배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한편,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7.6%, 삼성화재 지분 1.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서정은 기자 (love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