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김중수 지우기' 논란 의식할 듯
[뉴스핌=김선엽 기자]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끼리끼리 문화와…민간 전문가가 들어올 수 있도록 개방형 충원 제도를 시행하지만, 결국 공무원들만 다시 뽑아서 무늬만 공모 제도…" (19일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담화문)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이 한국은행 차기 부총재 임명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총재가 부총재 후보를 추천하긴 하지만,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인 만큼 대통령의 의중이 전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지난 9일 박원식 전 부총재의 중도사퇴 이후 가장 유력하게 차기 부총재 물망에 오르는 인물은 장병화 서울외국환중개 대표이사와 김재천 한국주택금융공사 부사장이다. 두 사람 모두 이주열 총재와 함께 오랜 기간 한배를 탔던 한은 성골들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앞줄 오른쪽)가 부총재보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하지만 오히려 이 점이 부총재 임명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부총재보를 역임한 후 산하기관의 낙하산으로 내려갔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시 한은으로 불러와 재활용할 경우, 민관인사 교류를 표방한 '회전문 인사'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은 부총재직을 여타 고위공무원직처럼 민간에 마냥 열어놓을 수만은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역시 대체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부총재는 당연직 금통위원인 만큼 무경험자의 도전 무대가 돼서는 곤란하고, 통화정책의 전문성이란 것이 다른 기관에서는 쉽게 쌓을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끼리끼리 해먹는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주는 것은 임명권자나 총재 모두 원하는 바가 아니다. 게다가 개방형 공모직인 한은 외자운용원장직(특급)에 내부 출신이 선정된 것도 며칠 지나지 않았다.
'김중수 지우기' 논란이 재차 불거지는 것도 총재 입장에선 부담이다.
이 총재의 귀환과 함께 김 전 총재 시절 홀대받던 세력의 부활은 어느 정도 예상된 바였지만, 박 전 부총재마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나자 과도한 물갈이가 아니냐는 비판이 한은 내부에서도 조금씩 흘러나온다.
한은의 정책 파트너인 기획재정부 관료들 사이에서는 "이 총재가 그렇게 센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김 전 총재에 대한 애정은 전혀 없지만, '앙시앙레짐(구체제, 김중수 전 총재 시절 이전의 한은 주류세력을 의미)'이 다시 득세해야 될 이유도 못 찾겠다"고 우려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총재 입장에서는 '잃어버린 4년'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외부에서 보면 4년 전으로의 후퇴로 비쳐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이 총재 역시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조직 인사를 단행하면서 전임 총재 흔적 지우기라고 (안팎에서) 해석을 할까봐 곤혹스럽다"고 말했었다.
총재가 '관피아'와 김중수 지우기 논란을 피해가면서도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인물을 찾아낼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