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의 공조에 무게…"매파 스탠스에 현혹되지 말아야"
[뉴스핌=김선엽 기자] "어떻게 신뢰가 제가 취임하고 곧바로 쌓여지겠습니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습니다."(9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총재는 자신이 취임한 지 얼마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 시장의 신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채권시장은 오히려 그에 대한 신뢰를 조금씩 접어두는 모습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9일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시장과의 소통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것으로 예상됐으나 말과 행동이 불일치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우려다.
물론 이제 고작 취임 후 한 달 밖에 되지 않아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의 공조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강단 있게 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9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금리인상과 관련해 "경기흐름을 전제로 한다면 적어도 기준금리의 방향은 인상 쪽이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인상을 언급한 그의 발언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인하 기대감을 완전히 지워버리며 방향성을 확고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시장은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이날 채권금리는 전 만기에 걸쳐 1.5~3.5bp 떨어지며 거래를 마쳤다. 총재의 액면상 발언보다 그의 내심에 채권시장이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면서까지 국내 리스크가 커졌다고 언급한 점, 이날 발표된 정부의 긴급민생대책에 발맞춰 금융중개지원대출(구 총액한도대출) 3조원을 조기집행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바춰보면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면서까지 총재가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원은 "갈수록 이 총재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는 기분"이라며 "중앙은행의 신뢰성은 강한 언사가 아닌 예측의 정확성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한은이 금리 정상화 사이클에 돌입하는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금통위에서 '금리정상화'를 주장한 금통위원이 등장했지만 이 총재는 '깜짝 인상'은 없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KDB대우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기준금리의 방향은 위쪽이 맞는데 걸림돌이 많아 보인다"며 "인하는 확실히 아닌데 (인상까지) 시간을 번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