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거드는 모양새 지속되면 한은 본연 역할 훼손"
[뉴스핌=정연주 기자] 정부와 한국은행의 정책공조가 긴밀하다 못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한은이 곧바로 대응에 나서면서 한은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일부 금통위원들 조차도 경계감을 표출하고 있다.
9일 한은은 금융중개지원대출(구 총액한도대출) 3조원을 조기집행 하겠다고 밝혔다. 12조원 한도 중 쓰이지 않고 남아있는 기술형 창업지원 프로그램 한도를 활용한다는 방안이다.
이 내용은 이날 정부가 세월호 참사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발표한 긴급민생대책에 포함됐다.
이와 관련된 질문에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존의 한도 범위 내에서 운용을 개선하겠다"며 "추가적인 발권력은 아니며, 신중히 접근할 문제"라고 즉각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손 벌리는 정부에 한은이 팔을 내민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총재는 달랐지만 한은은 지난해 4월 창조형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총액한도대출을 전면 개편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새로 신설된 기술형창업지원한도는 총 한도 3조원 중 5000억원의 실적을 올리는데 그치고 있다.
얼마전 '한은 독립성' 논란에 불을 지폈던 한국주택금융공사 MBS(주택저당증권) 편입 건은 한은 금통위원들조차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 부분이다.
이 총재는 당시 "발권력 논란은 너무 나간 이야기"라며 이런 논란을 일축했으나, 실제 금통위 의사록을 통해 다수의 금통위원들이 한은 독립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가계부채 개선 효과마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의견도 있었다. 무리하게 강행한 이유에 대한 의구심이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거시정책의 영향력이 미미해진 상황에서 한은 나름대로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찾아나가려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정책의 실효성을 떠나서 정부 정책을 한은이 거드는 모양새가 지속되는 것은 한은 본연의 역할이 훼손된다는 측면에서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