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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In-Depth] 빨간불 '녹색펀드', 언제 신호 바뀌나

기사입력 : 2014년06월09일 10:36

최종수정 : 2014년06월09일 10:46

국내 녹색펀드 3년 수익률 -30%, 주식형펀드 4배 하회

[뉴스핌=이에라 기자] MB정부 시절 녹색 바람을 타고 등장한 녹색성장펀드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책 수혜 기대감 속에 미래 성장 동력의 대안이 녹색산업이 될 것이란 기대로 첫해 60%에 가까운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펀드가 주로 투자했던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등의 업황 침체가 녹색펀드의 운명을 바꾸었다.

최근에는 녹색 테마를 보다 폭넓게 적용해 대체에너지와 하이브리드 등의 주제에 따라 자동차 중공업 대형주과 관련 부품주 등 중소형주까지 담고 있는 실정인데, 과잉투자 이슈 등이 해소되면 수익률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 2009년 60%→2011년 -21%


9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녹색성장펀드의 3년 평균 수익률은 -28.67%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 성과(-7.12%)를 4배나 하회하는 것이다.

올 들어서도 녹색펀드는 -3.37%의 수익률로 주식형펀드(0.18%) 성과를 밑돌았다.

'미래에셋그린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이 3년간 -39%의 수익률로 가장 부진했다. 'NH-CA대한민국녹색성장연금증권전환형자투자신탁[주식]'은 -31%, '미래에셋녹색성장증권투자신탁 1(주식)종류A'은 -19%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NH-CA SK그룹녹색에너지증권투자신탁[주식]Class A'와 '흥국녹색성장증권투자신탁[주식]A- 1'도 각각 -16%, -9%의 성과에 그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2009년 설정됐다. MB정부가 '녹색뉴딜사업'과 '신성장동력'에 막대한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히자 운용사들은 앞다퉈 녹색펀드를 내놓았다. 주로 저탄소 녹색산업, 원자력, 태양광 등 기타 친환경 사업을 포함한 곳에 투자했다.

2009년 당시 펀드의 연간 수익률은 60%에 가까웠고, 9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됐었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0년에는 20%대의 수익률을 올리다 다음해에는 1년간 20% 이상의 손실을 낸 것. 매해 들어오던 자금도 2012년부터 이탈, 지난해에는 7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 녹색성장 관련주 동반 '추락'

녹색펀드들이 부진한 성과를 낸 것은 녹색성장의 수혜주로 부각되던 종목들의 주가가 크게 빠진 탓이 크다. 태양광 대표업체로 대다수 펀드가 투자했던 OCI의 경우에는 2011년 65만7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 그해 연말 21만원대까지 급락했다.

이승현 에프앤가이드 연구원은 "녹색펀드가 정부 환경 정책에 수혜 기업들을 대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었다"며 "설정 당시 태양광 및 대체에너지 관련 기업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들의 실적이 저조하고 업황이 부진해 수익률이 안좋았다"고 분석했다.

이진영 NH-CA자산운용 포트폴리오 스페셜리스트팀장은 "태양광, 풍력, 하이브리드, 수처리 등 펀드가 투자했던 종목이 대부분 장치산업으로 최근 국면과 다소 맞지 않았다"며 "중국과 연관이 있던 태양광이나 시장에서 녹색성장에 포함시키던 원자력 관련 종목도 주가가 많이 안 좋았다"고 설명했다.

원자력 관련주로 분류되는 한전KPS의 경우 2011년 7만7500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뒤 2012년 초 4만원 초반까지 밀렸다. 한전기술은 2009년 말 2만7000원에서 2010년 10월 14만2000원으로 급등했으나 1년만에 반토막 넘게 빠졌다.

 

◆ "대형주부터 중소형주까지 포트 다양"‥회복 가능성은?


현재 녹색펀드들의 포트폴리오는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대형주부터 중소형주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지난 2월말 기준 '미래에셋그린인덱스펀드'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9% 이상 편입했다. 뒤를 이어 SK이노베이션, LG화학,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SK, 삼성SDI 를 보유하고 있었다.  '미래에셋녹색성장펀드'는 SK텔레콤, 바이로메드, 한전KPS, 더존비즈온, 고영 순으로 담았다.

이현진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본부 스타일팀 팀장은 "녹색펀드 컨셉을 유지하되 정통적인 녹색성장의 관점보다 넓게 보고 운용한다"며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 기업이라면 중소형주라도 상관없이 폭넓게 포트폴리오를 편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H-CA대한민국녹색성장펀드'도 현대차와 기아차, SK에너지, LG화학,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을 편입했다.

이진영 팀장은 "시가총액 상위종목순으로 편입했다는 것보다 전반적으로 대체에너지, 하이브리드카 등 관련된 종목에 주목한 것"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이슈가 부각되고 있고, 국내 자동차 부품도 하이브리드 쪽으로 라인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과거 럭셔리펀드의 경우 구찌, 루이비통 등 명품에 주로 투자했지만 이제는 애플도 편입한다"며 "럭셔리에 대한 테마를 명품에서 확대, 애플을 럭셔리 스마트폰으로 분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신성장동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대형주도 녹색펀드에 편입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등 일부 업종의 경우 중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향후 펀드 성과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진영 팀장은 "태양광 같은 경우 공급과잉 이슈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된 바 있다"며 "중국이 부양책을 쓰는 움직임이 나타나야만 관련주들의 성과가 개선되고 펀드도 수익률이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현진 팀장은 "중국이 투자를 확대해 태양광 수요를 끌어내고, 공급과잉도 해소된다면 관련 종목들의 성과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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