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 펀드 한달 100억 몰리자 앞다퉈 출시 준비
<그래픽: 송유미 미술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 이후 업계 최초로 출시된 통일펀드에 뭉칫돈이 유입됐고, 또 다른 '통일펀드' 출시도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설정된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자(주식)'펀드에 전날 기준 92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설정후 수익률은 4.73%로 집계됐다.
운용업계 처음으로 등장한 '통일펀드'는 원국희 신영증권 회장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신영증권과 신영자산운용 경영진이 공동으로 만들었다. 원 회장은 '통일펀드'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해 상품을 탄생시킨 장본인 답게 펀드 포트폴리오를 직접 확인하는 등 애정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라톤통일코리아펀드를 운용하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통일펀드에 대한 붐을 일으킨다는 것 보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통일을 바라보고 상품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펀드는 통일 이후 북한이 단계적으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수혜가 전망되는 50여곳에 투자한다. 3년이 지나야 환매가 가능한 데다 판매사가 신영증권 한 곳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반응에 업계는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운용사 최고경영자(CEO)는 "통일에 대한 무조건적인 기대감으로 자금이 몰렸다고 해석하기는 힘들지만 유입 규모인 100억원만 놓고 보면 흥행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출시 초기에는 이 정도 돈이 몰릴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판매사가 한 곳인데도 출시 한 달 만에 그 정도 자금이 몰린 것은 기대 이상"이라고 언급했다.
통일펀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운용업계도 관련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하이자산운용은 통일펀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NH-CA자산운용도 내부적으로 검토에 착수했고, 일부 운용사들도 통일을 주제로 한 신상품 도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운용사 임원은 "당장 통일펀드를 내놓지는 않겠지만 통일에 대한 주제로 펀드 등 상품을 만들어야 할 때가 왔다는 시각이 내부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드레스덴 구상 등으로 통일과 관련된 화두가 뜨겁게 부각되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도 통일이 될 경우 북한에 전 재산을 투자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화제가 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통일로 가는 과정 자체에 중요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9일 뉴스핌 창간 11주년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통일은 미래의 통일이 아니라 그 단계"라며 "그것이 의미가 있고 대박"이라고 역설했다. 이 장관은 "현실 조건에서 대박이 되는 통일은 협력 과정"이라며 "이 협력 과정에서 우리가 우리 삶의 질을 도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금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며 "기업에 자금이 계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금융이 적절한 역할을 하면서 남북한 경제 협력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통일의 수혜주에 투자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통일을 준비해 가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통일이라는 화두는 시류가 있을 수 없다"며 "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어떻게 투자를 연결시킬지가 운용업계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백현지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