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효과 막던 '자회사 임원 겸직규제' 완화
[뉴스핌=한기진 기자] # 신한금융그룹 PWM(Private Wealth Management)은 최근 금융권의 가장 관심을 끄는 사업모델이다. 은행과 증권이 융합해 성과를 내기는 실질적으로 처음이다. 그동안 많은 금융지주사가 ‘점포 안의 점포’ 형태로 한 점포에서 은행과 증권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시도를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업종이 다른 직원 간 소통과 성과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그래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뭔가 속이 시원하지 않다”는 기분만 들었다.
그렇다면 신한금융에서 보는 PWM의 성과는 어떨까. 현 금융상황에서 높은 점수를 주지만, 제도적 한계로 제대로 된 그룹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본다. 이유인즉슨 업종 간 겸업을 금지하는 규정 때문이다. PWM 총괄 그룹장을 임영진 신한은행 부행장이 담당하고 있지만, 전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이렇다 보니 의사결정은 물론 영업도 한계가 있다. 은행원과 증권맨은 서로 '너무 먼 당신'인 셈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사 직원 간의 ‘협업’ 수준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시너지효과를 내는 데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 지난 5월 이경섭 NH금융지주 부사장은 우리투자증권 동남아시아 지점을 잇달아 방문했다. 우투증권 관계자들과 만나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우투에서 PF 등 다양한 금융 딜(deal)을 만들어 와서, 농협이 진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자회사로 인수한 우투의 IB능력에 대한 큰 기대에서 나온 이야기다.
모(母)그룹이 자(子)회사가 역량을 발휘해주길 기대하는 모양새다. 지주회사체제하에서는 지주사의 지휘 아래 자회사를 좌지우지하는 게 기본 틀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임원 한 명이 농협과 우투증권 IB를 총괄했어야 했다.
임원의 자회사 임원 겸직 금지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벌어진 현상이다. 이 규제는 지주사 체제 시너지를 막는 1순위 장애물로 지목됐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가 해소된다.
지난 10일 금융위원회가 밝힌 금융규제 개혁방안에서 그룹차원의 전략적 영업활동을 위해 겸직이 금지된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는 임직원은 자회사 간 겸직을 허용했다.
예를 들어, 신한금융 PWM 그룹장인 임 부행장이 신한금융투자 임원을 겸직하면서 인사나 성과평가를 할 수 있다.
금융위는 “금융지주그룹 내 개인금융부문, 기업금융부문 등 공통 사업영역을 중심으로 겸업 효과를 활성화해 새로운 복합금융상품 개발 및 업권 간 통합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하고 지주-자회사 간 겸직이 확대돼 지주사를 중심으로 하는 그룹차원의 전략추진이 쉬워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겸직 규제까지 풀게 된 이유는, 최근 금융권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자산관리업무 수요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고객은 예적금, 파생, 주식, 채권, 보험 등 거의 모든 금융상품을 한 점포에서 서비스를 받기를 원하고 있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서는 만족할만한 수익률을 제공할 단일 상품이 없어서다.
자회사 간 임원 금지 규제는 원래 2009년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때 포함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레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규제 목소리가 커지면서 없던 일이 됐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주회사체제는 고비용 체제로 시너지효과가 아니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면서 “가장 큰 걸림돌인 자회사 간 임원 겸직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러 자회사 간 산재해 있는 자원과 역량을 탄력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매트릭스(Matrix) 체제를 만들어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