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삼성동 본사 부지(7만9342㎡) 매각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그룹이 매각작업이 가시화되자 마자 인수의향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인수 후보자로는 삼성그룹도 손꼽히고 있다.
한전 삼성동 부지는 서울에서, 그것도 강남의 사실상 마지막 금싸리기 땅이다. 공시지가만 1조5000억원에 달한다. 국제적으로도 전략적 요충지인데다 문화와 생활 등의 측면에서도 군침이 돌만한 매물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 삼성동 부지 매각가격은 대략 3조원 가량으로 점쳐진다. 인수전이 달아오르면 가격은 4조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 어지간한 규모의 국내 대기업이 욕심을 내기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이곳 부지의 매각이 추진되면서 글로벌 사모펀드 2~3곳이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녹지그룹, 미국의 세계적인 카지노그룹 라스베이거스 샌즈가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매각작업 시작과 함께 인수의향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현대차그룹은 이곳에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를 건립하겠다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 사업장과 수직계열화돼 있는 그룹사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이와 함께 문화와 생활, 컨벤션 기능을 아우르는 랜드마크를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위상에 걸맞은 GBC가 조성되면 건설 및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산·부가가치·고용·소득유발 효과와 신규 컨벤션 수요 창출 등 대규모 경제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삼성동 한전 부지 인수에 나선 것은 110층 규모의 뚝섬부지 GBC 건립이 규제로 인해 무산된데 따른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폴크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GM, 도요타 등 세계 유수 자동차 업체들이 본사 및 인근 공간을 활용해 출고센터, 박물관, 전시장, 체험관 등을 하나로 묶는 등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GBC 건립을 야심차게 추진해 왔다.
결국 전략적 요충지 중 남은 대안은 삼성동 한전 부지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주요 계열사 본사가 외부 빌딩을 임대해 입주해 있고, 현대·기아차 및 현대제철 국내영업본부가 본사와 떨어져 있어 주요 임원의 업무회의 참석을 위한 이동에 적지 않은 시간이 허비되고 있다"며 "외부 VIP의 본사 방문 시 영접 공간 부족으로 회의실이나 임원 사무실을 이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GBC 추진을 부연했다.
현대차그룹과 함께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의 인수 타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3조원 가량의 가격을 치룰만한 적임자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현재로서는 인수 참여에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한전 부지 인수에 나설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생명이 한전 부지와 인접한 한국감정원 부지를 2011년에 2328억원에 사들였고 2009년에는 삼성물산이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 부지 일대를 복합 상업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그룹 차원에서도 다양한 내부 검토가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5월에는 한전 고위 간부가 나서 "삼성이 한전 부지에 관심이 많다"고 언급, 이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