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켓 '전염도' 낮아…금융시장 타격 제한될 듯
[뉴스핌=권지언 기자] 아르헨티나가 채무조정을 거부한 헤지펀드 채권자들과 진행한 협상이 결렬되면서 디폴트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1년 마이너스 성장과 뒤이은 뱅크런으로 디폴트를 선언한 지 13년 만이다.
3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르헨티나가 채권자들과의 합의 도출에 실패했으며 아르헨티나 디폴트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곧바로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SD)' 등급으로 강등했다.
아르헨티나가 사실상 디폴트 초읽기 수순에 들어갔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로 인한 타격이 아르헨티나 경제에 그칠 뿐 주변 금융시장으로 확산될 확률은 크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 꿈쩍 않은 채권단…S&P 아르헨 등급 강등
미국 뉴욕에서 악셀 키칠로프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이 법원이 지정한 분쟁 중재인과 만나기 위해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출처:AP/뉴시스] |
이후 2005년과 2010년 채무 재조정 등을 통해 부채 청산을 지속하고 지난 5월 미국 등 19개국으로 이뤄진 채권국과 97억달러에 달하는 채무 재조정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엘리엇매니지먼트 자회사인 NML캐피탈과 오렐리우스매니지먼트 등 미국 내 헤지펀드들이 채무조정을 거부하고 100% 상환을 요구하면서 법정다툼이 벌어졌다.
법원은 헤지펀드 손을 들어주며 아르헨티나에 13억달러를 상환하라고 판결했고, 30일 악셀 키실로프 아르헨티나 재무장관이 채권단과 마지막 채무조정 협상을 가졌지만 합의 도출에 결국 실패한 것이다.
키실로프 장관은 루포(RUFO) 조항을 이유로 들며 상환 불가 상황을 설명했지만 헤지펀드들의 이해를 구하지는 못했다. 루포 조항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2005년과 2010년 채무 조정 당시 모든 채권자들에게 같은 조건으로 부채를 상환하도록 한 방침이다.
양측 합의가 불발되자 S&P는 곧바로 아르헨티나 등급 조정에 나섰다.
S&P는 아르헨티나 국가 신용등급을 당초 'CCC-'에서 'SD'로 강등한다고 밝혔고, 지난 1일 아르헨티나에 제시했던 '부정적 관찰대상' 등급은 해제했다.
선택적 디폴트 등급은 부분적 부도 상태로, 모든 채무를 갚을 수 없는 디폴트와는 구분된다.
S&P는 "아르헨티나가 할인채에 대한 디폴트 문제를 해결하면 남은 소송의 위험과 전반적인 신용상태, 국제 채권시장에 대한 접근성 등을 고려해 신용등급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아르헨 위기, 시장 '전염도' 낮아
전문가들은 이번 디폴트 사태로 아르헨티나 경제는 직격타를 피하기 어렵겠지만, 주변 금융시장으로의 위기 확산이 초래될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2001년 당시에는 이미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진 상태였고, 디폴트 규모 역시 1000억달러 수준으로 지금보다 훨씬 컸다.
하지만 지금은 아르헨티나의 경제 체력이 개선된 만큼 충격을 흡수할 여력도 나아졌다는 분석이다.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의 경우 2001년 대비 2배 더 늘었고 실업률도 당시 19.2%에서 7.1%로 낮아진 상태다.
물론 디폴트가 또 다시 선언될 경우 대외적인 신뢰도 추락과 그로 인한 무역 타격은 물론, 성장률 하락 등 일시적인 영향은 불가피하다. 마틴 레드라도 전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는 디폴트 선언 시 아르헨티나 성장률이 1%포인트 더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고공 행진중인 인플레이션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이고 지난 1월 20% 정도 가치가 하라한 페소화도 추가적인 평가절하가 예상된다. 더불어 아르헨티나 신용시장에 대한 접근성도 제한될 것으로 보여 정부기관과 지자체, 국영 석유기업 등의 자금조달 비용은 치솟을 전망이다.
다만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경우 아르헨티나에 대한 익스포저가 크지 않아 심각한 위기 확산 상황은 초래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부채 규모가 300억달러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급격히 성장한 이머징마켓 채권시장 규모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아르헨티나가 디폴트로 국제 자금시장에서 고립된다면 그만큼 기타 이머징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FT는 아르헨티나 경제 규모도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1%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작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는 둘째치고 남미 경제권에도 큰 타격을 줄 것 같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