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가격 인하 앞세워 공세 강화…브랜드 쏠림·AS 문제는 여전
[뉴스핌=우동환 송주오 기자] 지난달 30일 제2의 수입차 거리로 불리는 삼성역 수입차 거리에서 만난 국산차 딜러와 수입차 딜러의 반응과 분위기는 확연히 엇갈렸다.
"평일에도 고객들이 매장에 많이 방문한다"는 수입 완성차 딜러의 말에서 자신감과 여유로움을 확인할 수 있었던 반면, "불경기라 그런지 차가 많이 안 팔린다"는 국내 완성차 딜러의 말에선 뭔가 모를 초조함이 엿보였다.
딜러의 상반된 반응을 반영하듯 매장 분위기도 달랐다. 국내차 전시장은 매장은 컸지만 손님이 거의 없어 휑한 느낌인 반면, 수입차 시장은 꽉찬 느낌에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월요일 오후임에도 2~3명의 고객이 차를 살펴보고 있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이같은 상황은 고객 서비스 질 차이의 결과로 느껴졌다. 국내차 전시장에는 직원이 1~2명에 불과했지만 수입차 매장에는 6~7명의 직원들이 상주하며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국내 매장 직원들은 혼자서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우왕좌왕하는 일이 잦은 반면 수입차 매장 직원들은 역할을 나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국내차 매장이 자동차 전시에 장소 대부분을 할애했다면 수입차 매장은 자동차와 기념품, 고객 응대용 테이블을 적절한 비율로 배치해 내방한 고객에게 편안한 느낌을 줬다.
국내 완성차와 수입차 업체들의 상반된 분위기는 내수 점유율 추이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3일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국내 시장에 등록된 수입차는 총 16만2280대로 내수 시장에서 14.23%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1%를 기록했던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1월 14.6% 수준으로 껑충 뛰어오른 뒤 지난 8월에는 15%의 벽을 뛰어넘은 15.4%를 기록한 바 있다. 업계에선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수입차 판매가 2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래픽: 송유미 미술기자> |
반대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수입차 공세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올해 1월 내수 점유율은 70.1%를 기록한 뒤 4월에는 71%까지 회복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9월 들어 67.3%까지 밀려났다. 10월 들어 68.6%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70%를 밑도는 모습이다.
그동안 수입차들은 국내 업체들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연비를 부각하며 중형 디젤 모델을 중심으로 집중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SUV에서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그먼트로 전선을 확대하고 파상 공세에 나서고 있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대응에 진땀을 빼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준대형 프리미엄 세단 시장을 겨냥해 4000만원대 전륜 구동 세단인 '아슬란'을 긴급 투입했다.
기아차 역시 폭스바겐 티구안과 닛산 캐시카이 등 연비로 무장한 수입 SUV 모델의 약진을 막기 위해 내년 차세대 스포티지를 비롯해 다양한 신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계기로 수입차들이 가격 인하에 나선 점도 국내 완성차 업체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 7월 1일부터 적용된 한-EU FTA 관세 인하 조항에 따라 폭스바겐과 푸조, 벤츠 등 유럽 수입차 브랜드는 주요 모델의 판매 가격을 50~500만원가량 인하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가격 조정 폭은 올해 초부터 선반영됐다는 점에서 당장 가격 경쟁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관세 철폐로 인해 "수입차는 비싸다"라는 심리적인 구매 장벽이 내려간다는 점에서 수입차들의 점유율 확대에 긍정적 요인으로 반영되고 있다.
<그래픽: 송유미 미술기자> |
수입차들의 내부 경쟁으로 눈을 돌려보면 여전히 독일 브랜드로의 쏠림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국가별 브랜드 점유율은 유럽 브랜드가 80.8%였으며 그 뒤로 일본 11.8%, 미국 7.3%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유럽 브랜드의 점유율이 78.5%, 일본 14.2%, 미국 7.3% 순이었다는 점에서 유럽차 비중이 더 커진 반면, 일본 브랜드는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유럽 브랜드 중 독일 브랜드의 점유율은 70.5%로 1년 전 67.9%보다 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베스트셀링 모델에서도 독일차 쏠림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10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수입차는 폭스바겐 티구안 2.0TDI 블루모션으로 총 6371대가 판매됐다.
벤츠 E220 CDI는 5268대가 판매되면서 2위를 기록했으며, 그 뒤로 BMW 520D(5279대), 폭스바겐 골프 2.0 TDI(4267대), 벤츠 E 250 CDI 4MATIC(3601대) 순으로 집계됐다.
베스트셀링 10위 안에 든 수입차 중 독일 브랜드가 아닌 모델은 렉서스 ES 300h(3468대)가 유일하다.
이처럼 수입차가 국내 시장에 외형적 확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고가의 수리비를 비롯해 사후 관리를 둘러싼 문제점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는 수입차 업체 대표로 BMW와 벤츠,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의 주요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이런 문제점에 대해 집중 추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보고된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의 대당 평균 수리비는 276만원으로 국산차 94만원 대비 2.9배나 높고, 수리비 내역 중 부품가격은 4.7배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정비센터 부족에 따른 소비자들의 서비스 대기시간도 장기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아우디·폭스바겐의 서비스센터 규모는 2011년 40곳에서 2013년 46곳으로 불과 6곳이 늘었고, BMW 코리아는 7곳 늘어난 데 그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7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