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 하락하면 GDP 0.1% 증가 효과’, 글로벌 수요 부진 환경선 작동 안 해
[뉴스핌=김민정 기자] ‘원유 가격이 10% 하락하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1%포인트 상승한다.’ ‘환율이 10% 상승하면 성장률은 0.24% 오른다.’
한국은행이 모형 분석을 통해 도출한 명제들이 위협받고 있다. 유가 하락과 환율 상승은 그 동안 이론과 현실에서 성장률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수요 부진이라는 구조적 환경 변화에 의해 그 효과가 상쇄돼 힘을 잃고 있다.
한은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제연구기관들은 유가 하락이 성장에 플러스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10% 하락한다면 우리나라의 GDP가 4분기 이후 0.27% 개선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올해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50달러대까지 떨어지고, 달러/원 환율도 5% 가량 상승했지만 우리 경제엔 큰 호재로 작용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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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의 하락과 국내 경기 파급 경로<그림=현대경제연구원> |
12일 한은에 따르면,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원유 가격이 10% 하락하면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상승한다. 수입물가가 하락하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되는데다 기업의 생산비용이 절감되고 소비자에겐 소비 여력이 생기는 효과다.
정부도 유가 하락이 우리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발표한 ‘12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유가하락은 기업의 생산비 절감과 가계의 실질구매력 증대 등을 통해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간재 비용의 하락으로 기업수익성이 증가하면서 투자와 생산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수입 감소와 세계경기 회복을 통한 수출개선으로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지난해 평균 배럴당 107.89달러에서 올해 평균 80달러로 25% 가량 급락했다. 국제 유가 하락 추세는 점차 가팔라져 내년 상반기 평균 40달러대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유가 하락이 실제 성장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모양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최근 내년 유가를 70달러로 예상하면서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8%에서 3.5%로 낮췄다. 기초로 한 유가 전망치를 100달러에서 70달러로 30%나 하향 조정했음에도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셈이다.
이는 최근 유가 하락세가 공급요인 보다 수요요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의 주요 수요국인 중국, 유로존과 일본 등의 성장이 둔화돼 원유에 대한 수요가 줄어 유가가 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원유의 대체재로 떠오른 미국의 셰일 가스 개발에 따른 파장도 유가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수요부진에 기인한 유가 하락은 산유국에 대한 수출 감소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경제 성장에 부정적일 수 있다. 장기간 이어지는 저유가 현상은 오히려 물가를 기조적으로 낮추면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인다.
정부도 이 같은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수요요인에 의한 유가 하락은 성장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축소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산유국의 재정난 심화 등에 따라 경기부진이 심화되면 중동·러시아 등 대 산유국 수출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랑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장은 “원유가격 하락이 성장에 도움을 주는 측면은 있다”면서도 “다만 시차가 있을 수 있고 원유 가격이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 효과가 작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달러/원 환율이 오르고 있는 점도 유가 하락처럼 이론상 성장률에 긍정적이다.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한은 모형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하면 성장률은 0.24% 오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KDI는 상반기 전망 발표 당시 내년 원화가치가 연평균 4% 상승(환율 하락)할 것으로 전제했고 이번 전망에서는 연 5% 하락(환율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오히려 성장률을 낮췄다.
한은은 환율 상승이 얼마만큼의 폭으로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따라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