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 부진…불투명한 가격 전망에 진입 유보
[뉴스핌=노종빈 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에너지 업종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에 대한 매도세가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단기 급락장을 노리고 들어오는 매수세도 실종된 상황이라고 11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전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1.6% 하락한 배럴당 59.95달러로 마감했다. WTI가 6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9년 7월 이후 5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 유가하락에 에너지 정크본드 타격
그동안 잘나갔던 에너지 업종 정크본드의 가격이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촉발된 매도세로 인해 단기 급락하고 있다.
12월 초 이후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채권지수는 3.1% 강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에너지 업종 고위험 회사채의 경우 5.3%의 투자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최근 에너지업종 정크본드의 수익률은 9% 수준까지 올라 여타 업종 정크본드 수익률 6.8% 수준에 비해 크게 높은 상황이다.
단기 급락으로 매력적인 과매도 국면으로 보이나 저가 매수를 노리는 헤지펀드 등의 입질은 미미하다.
사부르 모아니 페이든앤라이즐 채권 매니저는 "최근 괜찮은 에너지업종 회사채가 놀라운 가격으로 급락해 거래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은 이들 회사채를 사면 시장 손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에너지 주식·채권 투자 불안감…매수 판단 유보
국제 원유가격이 올해 중반 대비 최근 40% 하락하면서 배럴당 60달러대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주식 및 회사채도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채권지수 가운데 에너지 업종 채권 하락률은 약 18%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S&P 600 에너지 업종 주가지수 역시 지난 6월 최고치 대비 50%나 떨어졌다.
정크본드 에너지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는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에 따른 디폴트 우려와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불안감 등이다.
이들 채권 가격은 수년래 최저 수준으로 급락하며 액면가 이하로 떨어졌지만 전문가들은 투자판단을 일단 유보하고 있는 모습이다.
◆ 에너지 업종 채권 수요 부진 전망
최근 몇년간 에너지 기업들의 채권 발행이 활기를 띠면서 채권시장을 이끌어왔지만 최근 상황이 반전됐다.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에너지 업종 정크본드는 전체 1조3000억달러에 이르는 정크본드 시장의 16%인 약 2100억달러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770억달러는 신용등급 'B-' 미만으로 정크본드 가운데서도 신용도가 크게 낮은 채권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채권 가격 급락으로 인해 매수 기회가 생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유가 변동성이 너무 큰 상황이고 당분간 반등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쉽게 진입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피터 토울 바클레이스 레버리지금융 부문 대표는 "유가가 하락하는 한 에너지 업종의 새로운 채권 발행이 있어도 수요가 활발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 만기까지는 아직 여유…디폴트 전망도 낮아
하지만 에너지 업종 정크본드 채권의 부진 사태가 당장 시장의 전반적인 위기로 부각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피치에 따르면 여전히 에너지 업종 정크본드 가운데 137억달러 어치가 만기되는 오는 2017년까지는 다소 여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 내년 미국 전체기업들의 디폴트 비율 전망치는 1.5%~2% 수준에 불과해 과거 수년간 평균인 4.3%에 크게 못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마이클 콜린스 프루덴셜 수석투자 담당은 "추가적인 유가 하락이 발생할 경우 에너지 업종 기업들의 고통은 커지고 도산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들 기업들은 어떤 형태로든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