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이어 모바일 시장서 한판승부
[뉴스핌=이수호 기자] 2014년은 포털업계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눈에 띄는 한 해였다. 모바일 플랫폼이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면서 PC 중심이던 포털업계가 큰 변화에 휩싸인 것이다.
검색 점유율 77%(PC 기준)에 이르는 네이버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일본 시장을 정복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신성장 먹거리를 찾았다. 검색 점유율 10%대에 그치던 다음은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 90%를 점유하는 카카오와 합병하며 단숨에 네이버와 함께 IT 업계 '빅2'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토종 포털업체들이 PC 시장에서의 경쟁에 이어 모바일 시장 재편을 둘러싼 새로운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 'IT 빅뱅' 다음과 카카오의 만남…"모바일에서는 우리가 최강"
지난 10월, 10%대까지 검색 점유율이 하락한 다음은 국내 메신저 플랫폼의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는 카카오와 합병해 올 한해 IT 업계 최대 이슈를 양산했다.
양사의 합병으로 시총 7조원대(12월 기준)의 거대 IT기업이 탄생했고, 다음의 콘텐츠와 카카오의 플랫폼이 합쳐져 네이버에 버금가는 IT 업체로 급부상했다.
특히 11월과 12월,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카카오, 카카오택시 등 '연결'을 슬로건으로 내건 생활 밀착형 서비스들이 대거 출시되면서 올 연말 IT 업계의 주요 이슈를 휩쓸었다. 세계적으로 핀테크가 결제시장의 '돌풍의 눈'으로 부각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글로벌 결제시장에 대항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출현한 셈이다.
이는 카카오 게임을 제외하면 마땅한 수익원이 없었던 카카오와 네이버에 밀려 신규 콘텐츠들을 선보일 기회마져 없었던 다음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이뤄낸 성과로 평가된다.
실제 카카오페이는 출시 한달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고 뱅크월렛카카오는 금융기관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지난 1일 출시 이후, 가입자 50만명을 돌파하며 순항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내년에도 모바일을 중심으로한 신규 서비스들을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 소문으로 돌고 있는 카카오톡 배달서비스와 사물인터넷 사업 등도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년도 출시 예정인 네이버 모바일 결제 서비스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카카오페이 사용처 확보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국내 주요 IT기기 제조업체들과 사물인터넷 사업과 관련한 물밑 접촉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이는 그 동안 PC에서 네이버에 밀린 다음카카오가 모바일 만큼은 주도권을 잡고 가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합병 직후 불거진 카카오톡 검열 논란과 감청 거부로 촉발된 수사기관과의 대립, 최근 불거진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 논란 등 잦은 악재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 것이 먼저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모든 서비스들이 플랫폼 기반이라는 점에서 사용자들이 카카오톡을 떠나가면 관련 서비스도 무너진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는 조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사기관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다음-카카오 직원간의 조화를 통해 내부 갈등을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로벌 나아가는 네이버…모바일 시대 대응 '본격화'
국내 포털업계의 선두를 질주하고 네이버는 최근 IT 헤게모니가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신성장 동력 찾기에 여념이 없다.
포털업계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올 한해 네이버의 가장 큰 소득은 일본 메신저 플랫폼 시장을 장악한 라인의 성공이다. 글로벌 메신저들이 전세계에서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서도 라인은 캐릭터에 민감한 일본인들의 마음을 얻어내며 일본 열도를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이미 70%를 넘어선 메신저 점유율을 통해 플랫폼 기반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들어 라인페이와 라인택시를 본격화한데 이어, 배달서비스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라인 캐릭터 사업에도 투자를 본격화해 수익 구조 다변화도 꾀하고 있다. 지난 3분기 라인을 통한 매출만 2000억원에 이르며 기존 사업의 흥행이 매출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다만 일본에서의 성공과 달리, 국내에서는 포털 사업과 관련해 정체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광고 매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PC에서 모바일로 IT 중심축이 이동함에 따라 신규 투자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3분기 네이버는 7000억원의 매출액을 거뒀지만 실적의 80% 이상이 기존 PC 사업과 라인을 통해서 나왔다. PC 광고 시장이 둔화함에 따라 국내 매출 성장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이에 네이버는 내년 초부터 모바일 서비스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모바일에서 커뮤니케이션 기능과 페이먼트 기능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다음카카오에 빼앗긴 모바일 결제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의지다.
특히 기존에 형성된 지식 쇼핑과 이달 들어 출시한 쇼핑 플랫폼 샵윈도를 통해 전자결제 서비스의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내년 초에 간편결제시스템인 '체크아웃'도 출시한다. 이 서비스는 네이버 아이디 하나로 가맹점에서 쉽게 구매하고 결제하는 것이 특징이다. 네이버가 기존에 구축한 쇼핑 인프라가 작지 않다는 점에서 다음카카오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를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PC에서는 우리가 선두였을지 모르겠지만 모바일 시대에서는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할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모바일 서비스 강화에 더욱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