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경기침체 문제, 2년 내 해결" 자신감
[뉴스핌=노종빈 기자] 최근 러시아가 국제유가 급락에 따라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총체적 경제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21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러시아 경제의 구조적 특성상 위기가 재발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루블화 환율 시세판[출처:AP/뉴시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현재 러시아가 위기 상황이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러시아 경기 침체 문제는 2년이면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일단 내년 러시아 경기 침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러시아 중앙은행은 러시아 경제가 내년 4.5%대 마이너스 성장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경제 낙관론은 글로벌 에너지 가격 회복에 근거를 두고 있다.
푸틴의 논리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저렴한 에너지 가격이 지속되면 소비자들이 지출을 늘리고 기업들도 투자를 확대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국제 유가도 다시 반등할 것이고 러시아 경제는 회복하게 된다는 계산이다.
◆ 낙후된 제조업·기술력·인적자원
역사적으로 국제유가가 낮은 상태로 지속되면 시장에는 항상 붐이 찾아왔다.
내년에도 낮은 에너지 가격을 바탕으로 글로벌 총생산(GDP)은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원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국제유가도 다시 상승할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국제유가는 현재의 배럴당 60달러대 바닥을 딛고 배럴당 80달러 수준까지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에너지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 경제도 단기적으로는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 경제의 본질적 문제는 다름아닌 자원부국이라는 점이다. 즉 러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 지하자원과 천연 임산 자원이 풍부한 반면 현대화된 제조생산 시설이 없다.
대부분의 생산시설은 기존의 오래된 1차 가공 시설에 불과하다. 또 러시아는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 즉 교육과 기술 개발 측면에서도 크게 낙후됐다.
◆ 경제 구조개혁 기회 놓쳤다
지난 1998년 러시아는 외환위기 당시 글로벌화된 금융시장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당시 외환위기로 인해 러시아에서는 외국 자본이 대거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수출을 확대하고 수입을 줄여서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지속해야 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이 같은 정책은 불가능하고 오히려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돼 루블화에 타격을 가져온다.
이에 따라 내부적으로는 긴축적인 통화정책과 수입 제한 등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
지난 2003년 이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넘어가면서 러시아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등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하지만 사실상 정부는 경제 구조 개혁을 위해서 제대로 한 일이 없었다.
◆ 내년 이후 러시아 경기 침체 불가피
결국 올해 하반기 국제유가가 배럴당 115달러에서 60달러대로 떨어지니 다시 패닉 상태가 찾아왔다. 과거 위기 때마다 발생했던 문제들이 재발한 것이다.
올해에만 약 1250억달러 이상의 자본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루블화 가치 폭락의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 수출의 80%는 원유와 천연가스, 금속류, 목재, 방위산업 등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제유가나 상품가격이 취약한 흐름을 보일 경우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내년 이후 러시아 경기 침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제조업과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 설비의 현대화, 산업의 구조조정, 인력 자원에 대한 개발을 지속하지 않는다면 러시아 경제는 언제든 국제유가와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라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