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1980년대 중반에 필자는 제조업의 중간관리자로 일본 출장을 자주 갔었다. 가끔은 일본의 지인들과 함께 한식당에 가서 불고기를 먹을 기회가 있었다.
그 때 참으로 일본은 살만한 곳이 아니고 불쌍하고 삭막한 곳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한 경험을 했다.
일본의 식당에서 고기를 구어 먹는데 야채나 반찬을 시키면 다 따로 계산을 한다는 것이다. 고기에 상추나 깻잎을 시키면 한 접시에 몇 백엔 하는 식이었다.
몇 장 되지도 않는 상추 접시에 당시 엔화의 환율이 천정을 모르고 치 솟는 와중에 있었으니 그 것을 한국돈으로 계산하니 상추 한입에 몇 백원씩이나 하는 것이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역시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야. 이런 생각을 갖고 귀국하곤 하였다.
요즈음 한 종편방송에서 이영돈 PD의 먹거리 X-File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 '착한 식당'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이다. 그 중에서도 흔한 것이 손님이 먹다 남긴 잔반의 재 사용이다. 불결하고 불쾌하기 짝이 없다.
왜 이런 식당을 하는 사람들은 비윤리적이고 비위생적인 행동을 할 까?
소비자가 품질에 대해 구분을 하기 어려울 때, 판매자들이 소비자들을 나쁜 상품을 좋은 상품처럼 속여서 판매하다 보면 시장에 나쁜 상품만 돌게된다는 즉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규명한 이론이 경제학에서는 레몬시장(Lemon Market)이라고 한다.
잔반은 불결하고 비위생적인 상품이지만 식당 주인의 입장에서는 이미 판매했던 제품이니 원가 제로인 상품인 것이다.
소비자가 새로운 반찬과 잔반을 구분할 능력이 없는 한 식당 주인은 반찬을 재사용할 유혹에 빠지게 된다. 그것이 특별할 것 없는 레몬 시장의 전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잔반이 남지 않으면 된다. 왜 잔반이 그렇게 많이 남게되는가 하면 우리의 식당의 가격정책과 식습관과 관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식당에 가면 혼자오나 3-4명이 오나 한 상에 같은 반찬을 내어 준다.
경쟁이 심한 서민들이 다니는 식당의 경우 매우 싼 일인당 가격이 책정되어 있는데 이런 가격에 수지가 맞는 이유가 반찬을 공유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사실상 혼자와서 독상을 받는 손님은 적자인 것이다. 그리고 반찬이 공짜다 보니 마구 시킬 수가 있다.
또한 밑반찬은 소비자들의 선택이 아닌 공급자가 결정해서 내어 놓는다. 각 손님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반찬도 따라서 나온다.
일본처럼 각 반찬을 따로 가격을 메긴다면 어떨까? 자기가 먹고 싶은 반찬을 아주 조심스럽게 주문할 것이고 당연히 잔반이 많이 남을 이유가 없다.
이처럼 상품에 대한 가격을 애매하게 해서 소비자 선택의 권한을 빼앗는 것이 사회전체의 엄청난 낭비를 초래하는 것이다.
시장은 상품의 소비자가 자기가 가격을 분명하게 지불할 때, 시장의 효율이 달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가격제도와 소비자 선택이 확립하기 전에는 우리는 '착한 식당'을 만나는 것이 정말 행운인 상태로 외식을 해야 한다.
◆ 프로필
KAIST, 경영대학 교수, 2001.7-현재
SK 사회적기업 연구센타 센터장 (현)
사회책임연구센타장(현)
디지털 경제 및 서비스 혁신연구센타장 (현)
경영대학 학장, 2011.7- 2013.7
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 주식회사, 대표 이사, 2014.11-현재
The 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 경영대학 부교수, 1998.8-2002.09
신도리코, 전산팀장(CIO) 및 신규사업팀장, 1985.3-1994.6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경영학박사 (전공 MIS,부전공 경제학), 1994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 (전공 경영과학), 1985
서울대학교 공학학사 (전공 산업공학),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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