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유인 위한 경품 마케팅은 기업의 선택사항"
[뉴스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초기 강력한 의지를 갖고 '언론개혁'을 추진하였었다. 그 때 이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정치적 설득을 하기 위해 들고 나왔던 논리가 '조중동 자전거' 경품에 관한 것이다.
이 논리는 이러하다. 우리나라 종이신문은 조중동이라는 대기업에 의해 독과점 상태에 있고 이들은 이러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지나친 경품으로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있고 그래서 언론대기업의 횡포때문에 다양한 언론이 존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달 신문 구독료가 1만5000원 정도이니 일년의 구독료를 합쳐봐야 18만원인데 10~20만원짜리 자전거를 경품으로 주고 있으니 매출액의 50~100%의 경품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전거 경품인즉 독과점 횡포라는 주장을 펴고 있으며 그 이후로 진보적 매체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조중동을 '자전거 신문'이라고 폄훼하고 있는 것이 많은 젊은이 또는 보수언론을 싫어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상식'이 되어 있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우선 모든 기업들은 마케팅을 한다. 언론도 경쟁에 직면하고 있는 한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고 그 마케팅 비용을 광고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을 쓸 것인지 경품 등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유인책을 쓸 것인지 또는 유통망에게 인센티브를 더 주어서 효과를 낼 것인지는 기업의 선택 사항일 뿐이다.
이것이 법률적으로 불법이 되려면 '독과점에 의한 불공정행위'일 때에만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이라는 것을 먼저 판단하고 판촉행위가 불공정행위에 속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시장경제에서 독과점 상태를 증명하는 것이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 독과점이라는 것을 판단하려면 특정 시장의 범위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조중동은 어떤 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가? 종이신문이라고 정부나 일부 단체가 임의로 잘라서 하나의 시장이라고 재단할 수는 없다.
어느 독자가 과거에 종이신문을 보는 대신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언제나 DMB를 통해 TV 뉴스를 시청할 수 있다면 종이신문과 DMB 뉴스 채널은 뉴스라는 상품면에서 경쟁관계이고 대체제이다.
그렇다면 이 두개의 상품은 같은 시장 또는 인접한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다. 즉 '종이신문" 시장이 소비자의 선택상 별개의 시장으로 존재하려면 종이 신문이 다른 매체와 경쟁적 관계에 있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쉽게 조중동 신문이 특정 시장에서 독과점 상태라는 것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사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많은 수의 신문들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한다.
서울·조선·동아·경향·한국·중앙·한겨레·국민·세계·문화일보 등 10개의 전국지가 있고, 경제전문지 4개, 스포츠 전문지 7개, IT 전문지 2개가 전국의 뉴스시장에서 각축하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 신문사·포털·주월간잡지·라디오·공중파·케이블·종편 등 뉴스시장의 참여자는 매우 많다. 따라서 조중동이 어떤 시장에 독과점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자전거 경품이 과한 경품인지를 따져보자.
우선 18만원의 매출액에 대해 10만~20만원짜리 경품 즉 매출액의 55~110%에 해당하는 과하다는 것에 대해 따져 보자. 2006년 언론재단의 연구에 의하면 신문의 평균 구독기간은 1년이 아니다.
조선일보가 57.9개월, 한국일보는 54.5개월, 국민일보는 49.1개월이다. 즉 평균 50개월을 구독하고 있다. 따라서 한 독자를 유치하는 것은 18만원이 아닌 75만원의 구독료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품의 비중은 13~26.7%로 격감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다. 인터넷 신문과 아침마다 지하철 역에서 배포하는 무가지 신문들은 100% 할인을 하고 있다.
메트로신문, 포커스 신문, 노컷뉴스, 스포츠한국 등 많은 수의 무가지들이 무슨 봉사정신으로 아침마다 이런 자선사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그들이 자선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언론미디어의 사업모형은 매우 유사하다. 컨텐츠를 갖고 독자층을 확보하고는 이를 광고주에게 파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디어 회사들의 수입의 80%는 광고료 수입이다. 이를 경제, 경영학자들은 양면시장이라고 한다. 즉 언론 사업은 독자라는 시장과 광고라는 시장이 연결되어 있는 양면시장인 것이다.
이것이 무가지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다. 즉 무료 컨텐츠로 독자층을 확보하고 나니 광고주들이 이 매체에 돈을 내며 광고를 하는 것이다.
조중동이 광고료와 구독료의 비중이 2대 8이라면 50개월의 구독료 수입기간에 광고료 수입은 이에 4배에 해당하는 300만원의 광고수입을 기대해야 한다. 이 광고수입은 구독자들 때문에 생긴 파생 수입이다.
구독자 없는 신문에 누가 광고를 하겠는가? 그렇다면 이 경품의 비중은 2.6~5.2%로 낮아진다.
노 전 대통령의 계산법이 과장되고 정치적 의도에 의한 왜곡인 이유는 또 있다. 조중동 자전거 가격 10만~20만원은 일반 소비자가 소매점에서 구입하는 가격이다. 대량 구매를 하는 조중동이 소매가에 소매점에서 소매가에 구매할 이가 없다.
소매점 가격의 반값 이하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 중국제이다. 그렇다며 소매가의 반값보다도 훨씬 싸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판촉물의 비중은 매출액의 1~3% 내외로 떨어진다.
또 있다. 이 경품의 제공 주체가 조중동 신문사라는 확신도 없다. 아마도 지국에서 자신들의 영업을 위해 하는 활동일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대리점들의 판촉활동에 대해 일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따라서 이 판촉물의 비용을 본사인 신문사와 대리점인 지국이 나누어 부담한다. 그렇다면 조중동의 판촉비용은 1% 이내일 수도 있다.
우리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백화점에서 세일을 즐긴다. 일부 계절이 마감될 때 의료는 반값 또는 80% 세일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알뜰한 소비자들은 이를 잘 활용하고 기쁘게 명품을 구매한다.
그런데 누구도 이런 업체의 세일에 대해 불공정행위라고 나무라지도 비난하지도 않는다. 왜 그럴까? 우리는 의류업체가 독과점도 아니고 이는 경쟁회사를 죽이려는 불공정행위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문만 왜 할인 (첫 몇개월 구독료 면제)과 경품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까?
기업의 할인행위는 소비자에게 득이 된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을 경쟁을 활성화하는 일이다. 경제학자들이 완전경쟁시장을 시장 성공(Market Success)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나친 할인행위가 불법인 경우는 독과점업체가 경쟁회사의 시장진입을 막아서 독과점 이윤체계를 지속해서 미래의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할 때 불공정행위가 된다.
그렇다면 조중동 자전거가 이런 효과를 가져왔는가? 데이터는 조중동은 독과점도 아니고 신규진입을 막으려는 특정한 시점에 할인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시장 지배력을 급격하게 상실하고 있는 극심한 경쟁에 노출된 기업들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매체는 계속 증가해 왔고 종중동 자전거에 의해 독과점 지위가 강화되기는커녕 급격하게 약화의 일로를 격고 있다.
이들은 종이신문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Twitter, 뉴스 포털 등에게 광고시장과 독자층을 급격히 빼앗기고 있다. 즉 공급과잉의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기업들이다.
여기서 특정 언론기업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간섭과 사실을 왜곡하는 정치지도자들의 정치적 언사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적인 언론상에 어긋나는 많은 문제점들이 우리 언론에 있을 것이다. 그 점은 언론의 관점에서 논쟁하면 족하다.
그들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경제나 시장에 대한 사실을 왜곡하고 그를 무기로 정부의 무분별한 시장에 대한 개입을 정당화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발전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중동 자전거의 논리적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이다.
◆ 프로필
KAIST, 경영대학 교수, 2001.7-현재
SK 사회적기업 연구센타 센터장 (현)
사회책임연구센타장(현)
디지털 경제 및 서비스 혁신연구센타장 (현)
경영대학 학장, 2011.7- 2013.7
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 주식회사, 대표 이사, 2014.11-현재
The 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 경영대학 부교수, 1998.8-2002.09
신도리코, 전산팀장(CIO) 및 신규사업팀장, 1985.3-1994.6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경영학박사 (전공 MIS,부전공 경제학), 1994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 (전공 경영과학), 1985
서울대학교 공학학사 (전공 산업공학),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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