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확대로 저유가 유지될 듯…미국 정책방향이 중요
[뉴스핌=노종빈 기자] 국제 원유시장에서 브렌트유 가격이 최근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고 미국 서부텍사스산경질유(WTI)도 배럴당 50달러를 넘어 반등하고 있다.
하지만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약세 유지 또는 가격 안정 쪽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산유량의 85%를 통제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유가 향방도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 유가 반등…수요 확대 가능성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 대비 1.71달러, 3.5% 상승한 배럴당 50.99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3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2.97달러, 5.1% 오른 배럴당 61.63달러로 강세를 보였다.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 생산 결정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의 발언이 나오면서 유가 상승을 뒷받침했다고 CNBC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알리 알-나이미 석유장관은 "원유 시장이 수요 증가에 따라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알-나이미 장관은 지난해 10월 OPEC의 생산량 유지 결정을 주도한 인물이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국제유가는 60% 가량 급락, 지난 2009년 이후 저점인 배럴당 45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2월 중순부터 반등하며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는 양상이다.
◆ 미국 정부, 지난 50년간 대서양 원유 생산 규제
지난 50년간 미국의 대서양 연안 원유 생산은 사실상 정체돼왔고 물가상승에 따라 미국내 유가도 상승세를 지속해 왔다.
지난 1971년 리처드 닉슨 행정부는 미국 본토의 원유 생산의 초과 개발이익에 대한 세금환수 정책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원유 생산업체들은 투자에 대한 메리트가 없어졌고 결국 수 많은 업체들은 사업을 접어야 했다.
또한 지난 1989년 조지 HW 부시 행정부에서는 대서양 연안 지역 원유의 생산은 물론 탐사조차도 금지했다. 이 정책은 지난해 여름까지 약 25년간 지속됐고 미국내 원유생산은 크게 감소했다.
이 같은 규제로 인해 미국 북서부 알래스카주의 경우 미국의 최대 원유생산지였으나 현재는 9위권까지 떨어졌다. 알래스카 내 원유의 생산은 물론 탐사까지도 엄격히 금지됐기 때문이다.
◆ 경기회복 따라 원유 개발 기대
지금도 미국 정부는 미국내 원유생산 규모의 85%에 대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정책적 통제를 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규제 중심의 정책 분위기가 점차 반전되고 있다. 특히 남부 대서양 연안 주요 주의 주지사들은 원유의 탐사 및 시추, 개발 등 규제 완화를 바라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테리 매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에서 "버지니아 주민들은 원유 개발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최근 민주당 상원의원 9명은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당내 주류가 반대하는 공화당 주도 미시시피주 키스톤 송유관 개발에 찬성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들이 원유 개발을 바라는 가장 큰 이유는 경기회복이다. 유가 하락이 자신들의 출신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며, 국가적으로는 원유공급을 늘리고 경기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 美 정치권, 원유개발 규제완화 목소리 높아
현재 미국의 남서부 등 북미 연안에는 약 900억배럴의 원유와 400조평방피트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연안 지역 원유 생산은 전통적 방식으로 시추가 가능해 미국 남서부에서 생산되는 셰일원유보다 생산비용이 훨씬 낮을 전망이다.
지난해 7월 해양에너지관리청(BOEM)은 미국 남부 대서양 연안 지역에서의 원유 탐사를 승인했다. 이로써 지난 25년간 지속돼 온 원유 탐사중단 정책이 공식 폐기됐다.
또 지난달 27일에는 백악관이 대서양 남부 연안에 대한 원유탐사 계획을 직접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향후에도 원유 생산 및 탐사에 대한 정책규제를 완화해서 개발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규제완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다 공화당이 집권할 경우에는 연안 원유 개발에 한층 더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